LIM.NOVEL

제1장. 9서클의 수치 (9-Circle Failure)

"9서클 마법, '종언의 불꽃(Final Ember)'."

이안의 갈라진 목소리가 거대한 실기 시험장을 울렸다. 그것은 단순한 발성이라기보다, 대기 중에 흩어진 마나 입자들에게 내리는 엄격한 황제의 명령과도 같았다. 칠판 위를 수놓은 복잡한 마법 기하학의 공식들이 이안의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손끝에서 퍼져 나간 마나의 파문이 시험장 바닥의 마법진을 하나씩 점등시켰고, 그 기하학적 완성도에 노교수 한 명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찰나의 정막. 그리고 이내 아카데미의 견고한 얼음 수정 천장이 비명 같은 진동을 내질렀다.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구름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갈라졌고, 그 사이로 행성 하나를 통째로 태워버릴 듯한 압도적인 크기의 화염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켜보던 노교수들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전설 속의 대마도사들조차 평생 단 한 번 마주할까 말까 한, 신의 권능에 가까운 파괴력이었다.

"이, 이건 미친 짓이야! 당장 방어 결계를 최대 출력으로 전개해라!"

심사위원석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화염구가 지상에 닿기 전의 열기만으로도 시험장 주변의 숲이 말라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안은 그 거대한 공포의 중심에서 홀로 담담했다. 아니, 오히려 그의 눈동자에는 지독한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 이미 수백 번 겪은 결말이었다. 손끝의 감각이 희미해지는 순간, 마나의 흐름이 몸 안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그 익숙한 감각.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슈우우우...

세계를 멸망시킬 것 같던 거대한 화염 구체는, 지면에서 불과 1미터 위까지 내려온 순간 마치 비눗방울이 터지듯 허망하게 오그라들었다. 방대한 마나들이 대기 중으로 맥없이 흩뿌려졌고, 그 장엄하던 고대어의 영창은 한낮의 소음으로 전락했다. 통제를 잃은 잔여 마나가 결계 외벽을 두 차례 강타했고, 유리 같은 마법 장벽에 거미줄 무늬의 균열이 퍼져 나갔다.

툭.

마침내 이안의 발치에 떨어진 것은, 갓 구워낸 감자보다 아주 조금 더 따뜻한, 조그마한 불덩이 하나뿐이었다. 연기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그 하찮은 결과물이 바닥을 데구르르 굴렀다. 이안은 묵묵히 그 불씨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모든 학문과 열정이 응축된 결과물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시험장에는 기괴한 정적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 죽음을 각오했던 교수들이 넋이 나간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임 교수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채점표의 '출력' 란에 무자비한 사선을 그었다.

"영창의 정밀도, 마나의 배열, 공식의 재해석... 모든 것이 신화적인 영역이었네, 이안 군. 하지만 결과물은... 음, 식어버린 수프를 데우기에도 민망한 수준이군. 게다가 나머지 99%의 마나가 붕괴하며 일으킨 여파로 방어 결계의 절반이 박살났어. 자네의 1% 마법은 단순히 위력이 약한 게 문제가 아니야. 극도로 불안정하고, 9서클의 영창을 요구하는 비효율성에, 통제 불능의 마나 폭주를 동반하지. 실전에서는 아군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재앙일 뿐이네. 이번 졸업 실기 역시 '불합격'일세."

이안은 아무런 대꾸 없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하찮은 불덩이를 응시했다. 아카데미 역사상 모든 마법 지식을 완벽히 이해한 유일한 천재, 그러나 동시에 그 어떤 마법도 온전히 실체화하지 못하고 주변을 파괴적인 마나 폭풍에 휘말리게 하는 '1%의 저주'.

"퇴학 권고문은 사물함에 넣어두었네.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이 상아탑을 떠나주게. 자네의 지식은 보석 같지만, 우리에겐 그 보석을 담을 상자가 없군."

주임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안경 너머로 이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유감이네."

이안은 낡은 마법사 로브를 추스르며 뒤를 돌았다. 시험장 출구까지의 복도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벽면의 마법 등불이 지나갈 때마다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가 다시 삼켰다. 복도 양쪽에 걸린 역대 수석 졸업생들의 초상화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이안 자신이 걸렸어야 할 빈자리도 있었다.

정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찮게 타오르다 꺼져가는 불꽃의 잔해 위로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위대한 대마도사의 이론과,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실재가 만나는 모순적인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