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5장. G-라인의 유령들

터널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레드라인이 멈춘 자리. 콘크리트 벽면 어딘가에서 물방울이 규칙적으로 떨어졌다. 텅. 텅. 정확히 3초 간격. 위층의 세계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블랙-하운드의 드론도, 장갑차 엔진음도, 바이퍼의 형광 바이저도 전부 셔터 저편에 남겨졌다. 여기는 8년간 인간의 발길이 없었던 곳이다.

김과속은 손바닥 위의 칩을 바라봤다.

엄지손톱 크기의 검은 코어. 금빛 회로가 레드라인 헤드라이트 가장자리 빛을 받아 낮게 빛났다. 칩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거기 있었다. 작고 무겁지 않은 것이 이렇게 많은 것을 끌고 다닌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손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오른 엄지 관절이 욱신거렸다. 장시간 핸들 과부하. 왼쪽 어깨는 장갑차 사이드 미러에 얻어맞은 자리가 뒤늦게 뻐근하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빠지고 나면 몸이 보낸 청구서를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지금이 그 시간이다.

헬멧을 옆 탱크 위에 올려놓았다. 공기가 서늘했다. 지하 특유의 정체된 차가움. 습기와 오래된 기계 기름과 콘크리트 산화 냄새가 섞인 공기. 불쾌하진 않았다. 외부보다 조용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엔진 온도 정상화. 냉각 밸브 잔량: 6%. 주의 요망.]

HUD 수치가 헬멧 바이저 안쪽 내부 투영 모드로 전환됐다. 레드라인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도 HUD는 차체 잔열과 주변 환경 데이터를 계속 읽어들이고 있었다. 냉각 밸브 6%. 처리장 돌입 직전부터 달고 다닌 숫자다. 줄지 않는다는 건 지금 당장 위기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늘지 않는다는 건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터널 안에서 레드라인을 풀 가동하는 건 금물이다.

김과속은 헬멧을 다시 쓰고 시동을 낮게 걸었다.

저속. 소음 최소화. 엔진이 낮게 웅웅거리며 터널 벽에 울렸다. 헤드라이트가 전방 콘크리트를 훑었다. 2차선 도로. 차선 도색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흰 선이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 노면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물류 트럭이 지나다니던 시절 단단하게 다져진 것이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이다. 8년은 콘크리트를 죽이기에 충분하지 않다.

터널이 이어졌다. 일직선이었다. 양쪽 벽면에 메가-드라이브 구형 물류 표지판이 주기적으로 붙어 있었다. 구역 번호. 방향 지시. 비상 연락처 — 물론 지금은 연결되지 않을 번호다. 천장에 설치된 형광등은 전부 꺼져 있었다. 일부는 유리가 깨져 있었다. 자연 파손인지 의도적 파손인지는 알 수 없었다.

300미터 전진.

전방에 분기로가 나타났다.

멈췄다.

Y자형 갈림길이었다. 왼쪽은 주 터널이 계속됐다. 오른쪽은 진입이 막혀 있었다. 막혀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 봉인돼 있었다. 두꺼운 산업용 금속판이 분기 입구를 완전히 덮고 있었다. 용접 흔적이 군데군데 있었다. 단순히 문을 닫은 게 아니라 아예 봉인한 것이다. 그것도 급하게.

레드라인을 세우고 내렸다.

금속판에 가까이 다가갔다. 용접 솔기가 고르지 않았다. 숙련된 용접공이 작업한 게 아니었다. 시간에 쫓겨 처리한 흔적. 일부 솔기는 겹쳐 있었고 일부는 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밀봉보다는 차단이 목적인 것 같았다. 입구 상단에 경고 문구가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페인트가 반쯤 흘러 글자가 뭉개져 있었다. 그래도 읽을 수 있었다.

'구역 접근 금지 — 메가-드라이브 보안 명령 #441-A.'

그 아래에는 누군가 손으로 덧붙인 글씨가 있었다. 깨진 글씨체. 금속판이 아니라 콘크리트 벽면에 긁어 쓴 것이다.

'들어가지 마라.'

메가-드라이브 보안 명령이 아니었다. 누군가 개인이 남긴 것이었다. 이 터널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사람. 혹은 그게 누구든 간에 이 구역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이 벽에 뭔가를 새겨 넣은 사람.

김과속은 금속판 틈새로 헤드라이트를 비췄다.

틈새는 좁았다. 3센티미터 남짓. 그 너머로 배관이 보였다. 잘린 배관이었다. 단면이 날카로웠다. 폭발로 끊어진 게 아니라 절단된 것이다. 커팅 장비로. 의도적으로. 배관 잘린 면 주변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냉각 계통 배관인지 데이터 회선인지는 틈새로는 식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쪽 분기 구역이 주 터널과 물리적으로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전기도, 배관도, 데이터도 전부 끊렸다.

그리고 그게 8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주변 열화상 스캔 완료. 구조물 열원 없음. 폐쇄 구역 판정.]

HUD가 분기 방향을 붉게 표시했다. 차단됨. 접근 불가. 기계적 판정은 단순했다. 왼쪽으로 가면 된다.

김과속은 오른쪽 금속판을 한 번 더 바라봤다. '들어가지 마라.' 메가-드라이브가 왜 이 분기를 봉인했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보안 명령 #441-A가 뭔지도 알 수 없었다. 봉인 날짜도 없었다. 폐쇄 이유도 없었다. 그냥 막았다. 막고, 잊으려 했다.

무언가를 지우려 할 때 그 흔적은 항상 남는다.

레드라인으로 돌아갔다. 왼쪽 주 터널을 따라 전진을 재개했다.


500미터 더 들어갔을 때, 오른쪽 벽면에 철제 문이 나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아니,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고장 나 있었다. 손잡이가 녹슬어 부스러진 상태였다. 밀자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경첩이 8년 치 녹을 뿌리며 돌아갔다.

안은 작은 방이었다. 정비 스테이션이었다. 구식 설비. 8년 전 기준으로도 구식이었을 것들. 벽면에 공구 행거가 걸려 있었고, 일부 공구들이 아직 거기 매달려 있었다. 바닥에는 물류 트럭 규격의 리프트 장비. 한쪽에는 냉각 유체 탱크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레이블이 붙어 있었다. '냉각 유체 타입-C — 물류 중형 기체 전용.'

물류 중형 기체. 물류 트럭 규격의 냉각 유체다. 레드라인에 맞는 규격이 아니었다.

김과속은 탱크 레이블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타입-C. 개조 바이크와 호환되는지는 불명이다. 화학 성분이 다르면 냉각 계통에 침전이 생길 수 있다. 운이 나쁘면 냉각 라인이 막힌다. 운이 더 나쁘면 그게 고속 주행 중에 터진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아니면 개조를 시도한다.

6%.

모른 척하고 지나가면 이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레드라인이 G-라인 전체를 통과하는 동안 냉각 밸브에 추가 부하가 걸린다. 이 터널이 얼마나 긴지도 모른다. 출구가 있는지도 모른다. 6%로 끝까지 버티면 다행이다. 못 버티면 G-라인 지하에서 엔진이 멈춘다. 블랙-하운드도 닿지 않는 곳에서 혼자 엔진이 식어가는 것을 구경하는 처지가 된다.

공구 행거를 살폈다. 냉각 라인 필터 교체용 소켓 렌치가 있었다. 레드라인 규격과 맞는지 알 수 없었다. 크기가 비슷해 보였다. 냉각 유체 타입-C 탱크를 들었다. 묵직했다. 아직 내용물이 가득 찬 것들이었다. 탱크 하단에 제조 날짜가 찍혀 있었다. 8년 전. 유효기간이 지났다. 오래된 냉각 유체는 성분이 변질될 수 있다.

저질 재료. 맞지 않는 규격. 유효기간 초과.

이걸로 개조를 시도한다는 건 도박이었다.

김과속은 렌치를 집어 들었다.

레드라인의 냉각 라인 접속부를 열었다. 손전등 없이 작업해야 했다. HUD 헤드라이트 확장 모드를 써서 접속부를 조명했다. 냉각 라인은 두 갈래였다. 주 냉각 라인과 보조 냉각 라인. 주 라인에 타입-C를 직접 주입하는 건 위험하다. 성분 충돌 가능성이 있다. 보조 라인은 원래 비상 보조 냉각 전용으로, 별도 구획이 있다. 성분 충돌 없이 분리 운용이 가능하다. 출력을 올리지 않는 저속 구간에서 보조 냉각 라인이 주 냉각 부하를 일부 분담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해볼 수 있다.

20분 후.

렌치를 내려놓았다. 손에 냉각 유체가 묻어 있었다. 화학약품 특유의 쏘는 냄새가 났다. 접속부를 다시 닫고 냉각 라인 테스트를 돌렸다.

[냉각 계통 점검 중. 보조 라인 충전 완료. 주 냉각 라인 분담 비율 재계산.]

HUD가 계산을 마치는 데 3초 걸렸다.

[냉각 밸브 등가 잔량: 8%. 보조 냉각 작동 조건: 주행 속도 40km/h 미만 유지 시.]

6%에서 8%로. 수치가 올라갔다. 완벽한 해결이 아니었다. 저속 구간에서만 유효하다. 속도를 올리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터널 안에서는 저속으로 충분하다. 출구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달릴 이유가 없다.

정비 스테이션 문을 닫고 나왔다. 터널이 계속됐다.


레드라인이 다시 움직였다. 저속. 엔진 소리가 벽면을 타고 낮게 흐르다 사라졌다.

어깨가 아팠다. 정비 작업을 하면서 왼팔을 쓰는 동안 타박상 자리가 계속 저렸다. 무시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처치할 방법이 없었다. 터널 안에 의약품 따위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처음으로 선명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다.

블랙-하운드가 없다. 바이퍼가 없다. 무선이 없다. 상공에서 격자 패턴으로 훑는 드론도 없다. 6퍼센트짜리 냉각 밸브 이외에는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 없는 공간. 동시에 도와주는 것도 없는 공간. 외부 신호가 완전히 차단된 콘크리트 지하 30미터. 메가-드라이브가 8년 전에 지도에서 지워버린 루트.

거대함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느껴지는 거라는 걸 처음 알았다.

메가-드라이브. 네오-서울 3대 기업 연합의 한 축. 에어-웨이를 지배하는 기업. 하층 구역의 물류 인프라를 쥐고, 상층의 하늘을 쥐고, 지하 도로를 파고, 분기를 봉인하고. 그리고 자신들이 파놓은 지하를 8년간 잊어버렸다. 혹은 일부러 잊은 척했다.

하층 구역의 쥐새끼가 지금 그 지하를 기어가고 있다.

그 생각이 어딘가 우습게 느껴지다가, 이내 우습지 않게 느껴졌다.

천장을 봤다. 어둠 속에 메가-드라이브의 구형 로고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황금색 날개 문양. 도색이 반 이상 벗겨지고 이끼가 피어 있었다. 칩에서 봤던 것과 같은 로고. 에어-웨이 출입 인증 표면에 새겨진 것과 같은 회사. 저 로고를 천장에 붙여놓고 물류 트럭을 오가게 했던 시절의 메가-드라이브와, 지금 블랙-하운드를 풀어 자신을 쫓는 메가-드라이브 사이에 8년이 있었다. 그 8년이 무엇을 만들어냈는지는 아직 모른다.

알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칩을 꺼냈다.

레드라인을 세우고 안장에 등을 기댄 채로 칩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HUD를 칩 분석 모드로 전환했다.

[에어-웨이 접속 좌표 칩 분석. 인증 레이어 스캔 중.]

이미 여러 번 해봤던 작업이다. 결과는 매번 같았다. 에어-웨이 접속 포인트 #07. 하나의 좌표. 하나의 인증 키. 그게 전부.

하지만 바이퍼가 말했다.

'그 칩 좌표, 다른 데도 있어.'

다른 좌표. 아니면 다른 데이터.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바이퍼가 칩의 구조를 자신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자신이 보지 못한 층이 칩 안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HUD 분석이 완료됐다.

[에어-웨이 접속 포인트 #07 확인. 인증 레이어 1 스캔 완료. 추가 레이어 부재.]

동일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것을 시도했다. HUD 진단 모드를 확장해 칩 내부 신호 구조 전체를 훑도록 명령을 입력했다. 단순 인증 레이어 스캔이 아니라, 칩 자체가 발신하는 전기 신호 스펙트럼 전체를 분석하는 것이다. 처리 시간이 더 걸린다. 정확도도 낮다. 칩 설계 사양을 모르는 상태에서 외부 장비로 내부 신호를 읽는 것은 반쯤 어림짐작이다.

HUD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터널 정적 속에서 HUD의 처리 지시등이 깜빡였다.

30초.

1분.

결과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광대역 신호 스캔 완료. 인증 레이어 1 외 서브-레이어 신호 감지. 암호화 확인. 해독 불가.]

서브-레이어.

김과속은 HUD 수치를 고정시켰다. 감지됐다. 해독할 수 없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인증 레이어 아래에, 겹쳐 있는 또 다른 레이어. 암호화된 채로.

바이퍼의 말이 맞았다.

칩은 에어-웨이 좌표만이 아니었다.

[서브-레이어 신호 분류 시도. 암호화 방식 불명. 발신 패턴 분석 중.]

패턴 분석이 돌아가는 동안 김과속은 칩을 내려다봤다. 금빛 회로가 아까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빛이 달라진 게 아니었다. 자신이 이것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칩을 배달 완료 코드라고 생각했다. 목표지점 좌표. 도착하면 끝나는 것. 에어-웨이 포인트 #07에 닿으면 임무가 완수되는 것.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HUD 분석이 끝났다.

[발신 패턴 분류 불가. 신호 구조 미등록. 암호화 등급 판별 시도 — 판별 불가. 경고: 신호 구조가 메가-드라이브 내부 통신 규격과 부분 일치 가능성 있음. 판별 신뢰도: 23%.]

23%.

낮은 신뢰도였다. 신뢰할 수 없는 수치였다. 하지만 0%가 아니었다.

메가-드라이브 내부 통신 규격.

칩이 메가-드라이브에서 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에어-웨이 인증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도. 하지만 칩 내부에 메가-드라이브 내부 통신 방식으로 암호화된 서브-레이어가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그건 이 칩이 단순한 접속 열쇠가 아닐 가능성을 의미했다. 그 안에 메가-드라이브 내부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 들어 있다는 의미였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해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존재한다.

칩을 코트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핸들 그립을 잡았다. 레드라인의 엔진이 낮게 돌아갔다. 냉각 밸브 8%. 터널은 계속 이어졌다. 앞이 보이는 만큼만, 하나씩.

얼마나 긴지 모르는 터널.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칩.

얼마나 크게 얽혀 있는지 모르는 기업.

전부 나중 문제였다.

지금은 직진이다.


한 시간쯤 저속 주행을 이어갔을 때, HUD 통신 탐지 장치가 점멸했다. 약한 신호였다. 거의 잡음 수준. 터널 콘크리트가 대부분의 전파를 차단하고 있었고, 그 사이로 아주 미세한 주파수 신호가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바이퍼의 채널이었다.

정확히는 바이퍼의 채널 주소로 설정돼 있었지만, 내용이 없었다. 통신이 연결된 게 아니었다. 채널 자체가 단절돼 있었다. 다만 그 단절된 채널에서 주파수 잡음이 한 줄 잡혔다. 패턴이 없는 노이즈. 끊겼다 이어졌다 반복되는 전파 간섭. 터널 벽면이 신호를 찢어놓은 탓인지, 아니면 원래 신호가 그 모양인지 알 수 없었다.

HUD가 채널 상태를 기록했다.

[통신 채널 바이퍼 ID — 연결 없음. 주파수 잡음 감지. 발신원 추정 불가.]

김과속은 잡음을 그냥 뒀다.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할 내용이 없었다. 통신이 아니었다. 잡음이었다.

그때 HUD가 칩 서브-레이어 재감지를 알렸다.

정비 스테이션에서 보조 냉각 라인을 교체하는 동안 진동이 있었고, 그 진동이 칩의 미세 전기 회로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서브-레이어 신호가 다시 한번 HUD 스캔 범위 안에 들어왔다. 짧게. 1초 남짓. 아까보다 더 선명한 패턴이 순간 잡혔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HUD가 자동으로 최종 분류 시도를 기록했다.

[알 수 없는 발신원. 신호 분류: 메가-드라이브 내부 등급 — CLASSIFIED.]

레드라인이 터널 속을 달렸다. 저속. 조용하게.

터널 천장에서 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텅.

김과속은 앞을 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헤드라이트가 닿는 만큼의 콘크리트. 그 너머는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