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분소(分所) — 쇠와 독과 눈
관도 끝이 보일 무렵, 공기가 달라졌다.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코끝을 적시던 솔향과 흙내음이 어느 결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낯선 것이 채웠다. 말분뇨와 탄 기름이 섞인 냄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의 냄새. 낮게 깔린 아지랑이 너머로 낙양(洛陽)의 윤곽이 번져 있었다. 성벽이라기보다 하나의 지평선처럼, 무겁고 납작하게 가로누워 있는 것.
청운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호흡을 조금 더 얕게 고르기 시작했다.
소설이 청운의 왼편으로 한 발 가까이 붙으며 낮게 말했다.
"변복 둘. 오른쪽 상인 행렬로."
눈길은 전방을 향한 채였다. 어조도 발걸음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관도 오른편, 짐 실은 나귀 대여섯 마리를 앞세운 상인 행렬이 느릿느릿 먼지를 일으키며 성문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행렬 중간쯤, 짐꾼 복색을 한 두 사내가 걷고 있었다. 남들보다 눈이 조금 낮게, 그리고 너무 일정한 간격으로.
청운도 보았다.
혈영회(血影會)의 첩자였다. 걷는 법이 달랐다. 짐꾼은 무게를 등에 얹으면 어깨가 앞으로 쏠리지만, 저 둘은 무게를 버티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중심이 발끝에 있었다. 언제든 뛰어오를 수 있는 자세였다.
일행은 말없이 루트를 틀었다.
왼편 채소 수레 행렬로 스며들었다. 청운은 어깨에 짐꾼 막대를 올렸다. 검을 묶었던 등판이 이제 빈 자루 두 개의 무게를 받쳤다. 남궁휘는 잘린 팔 쪽을 넓은 포로 둘러싸매고 행상 보따리를 반대편 어깨에 걸었다. 당귀비는 수수한 무명 쓰개로 머리를 가리고 소설의 뒤를 바싹 따랐다. 멀리서 보면 시장 보러 가는 평범한 한 무리였다.
성문이 가까워질수록 길은 좁아졌다.
양옆으로 행인이 쌓였고, 달구지와 수레가 서로 자리를 차지하며 끼어들었다. 소음이 커졌다. 나졸(邏卒) 두 명이 성문 앞에 버티고 서서 행인들을 흘깃흘깃 들여다보고 있었다. 청운은 그 눈길이 지나가는 틈을 헤아려 고개를 살짝 떨궜다. 짐꾼이 무거운 막대를 고쳐 얹는 동작이었다. 자연스러웠다.
성문 안으로 한 발이 들어섰다.
내부의 공기는 또 달랐다. 바깥의 바람이 잘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숨결이 겹쳐 쌓인, 돌비린내가 배어 있었다. 성벽에서 스며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낙양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런 냄새를 품고 있는 것인지. 청운은 코로 그 냄새를 받으며 생각했다. 산에서는 피가 묻어도 빗물이 씻어 주었다. 성 안에서는 달랐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돌 위에 고였다.
이곳은 사냥꾼이 되어야 하는 공간이었다.
어물전(魚物廛) 뒷골목.
낙양 서시(西市) 한편으로 비린내가 진한 골목이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건어물과 절인 생선이 처마 아래 매달린 사이로, 날파리들이 낮게 떠다녔다.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비좁고, 지나치기에는 구석지고, 기억하기에는 너무 시끄러운 골목이었다. 천기각(天機閣) 낙양 분소(分所)가 자리를 잡기에 꼭 알맞은 곳이었다.
소설이 낡은 건어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손님이 없었다. 주인처럼 보이는 마른 노인이 계산대 뒤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소설이 그 앞에 서서 짧게 말했다.
"북어 반 두름, 청어 한 손."
노인이 붓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이 반쯤 감겨 있었지만, 시선은 정확히 일행 넷을 차례로 훑었다. 손가락 두 개를 벽 쪽으로 가볍게 꺾었다.
가게 안쪽 선반이 소리 없이 열렸다.
분소 안은 좁고 낮았다.
천장이 나지막해서 남궁휘가 고개를 살짝 숙여야 했다. 벽면에 지도와 서신 뭉치가 꽂혀 있었고, 한쪽 탁자 위에 쌓인 문서들은 장사꾼 거래 장부처럼 위장되어 있었다. 화롯불이 낮게 타고 있어 방 안이 답답하도록 따뜻했다.
그 방의 한편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천기노인(天機老人).
백발이 성성했다. 지팡이가 탁자 귀에 기대어져 있었다. 그러나 눈만은 연세와 달랐다. 송곳처럼 날카롭고 깊었다. 그 눈은 지금 일행 넷을 받아들이면서도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읽기만 하는 눈이었다.
소설이 한 발 멈칫했다. 짧은 간격이었다. 천기각 분소에서, 낙양에서 이 얼굴을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소."
목소리는 낮고 평탄했다. 흥분도 긴장도 없는 목소리였다. 그러면서 찻잔 넷을 상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누군가를 맞이하기로 이미 작정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일행이 자리에 앉았다. 천기노인이 다기(茶器)에서 차를 따랐다. 찻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잠시 방 안을 채웠다.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소."
천기노인이 찻잔을 가운데로 밀어내며 말했다. 보고하는 어조였다. 감정이 실리지 않아서, 내용 자체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첫째." 그가 검지를 세웠다. "철면진인(鐵面眞人)이 맹주 회의에 직접 배석하고 있소. 고문 자격이 아니오. 이미 의결 구조에 개입하고 있소. 명령이 맹주로부터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철면진인의 뜻이 맹주를 통해 전달되는 형태로 역전되어 있소."
청운의 눈이 가늘어졌다. 남궁휘는 찻잔을 들다 말고 멈췄다.
"둘째." 천기노인이 계속했다. "무림맹 구(舊) 수뇌부 잔존 장로 셋이 열흘 안에 차례로 사고사(事故死)하거나 행방불명이 됐소. 마지막 자가 사흘 전에 시신으로 발견됐소. 내부 숙청이오. 옛 체계를 아는 자를 제거하고 있는 것이오."
방 안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소설이 문서 귀퉁이 어딘가를 응시하며 속으로 무언가를 계산했다. 남궁휘의 검 묶인 팔이 미세하게 긴장했다.
"셋째." 천기노인이 세 번째 손가락을 폈다. "혈영회의 대리인이 이 낙양 성 안을 움직이고 있소. '청석랑(靑石郞)'이라 불리는 자요. 상단(商團) 위장이오. 얼굴과 무공, 출신을 아는 자가 없소. 다만 가는 곳마다 협상이 아니라 결과만 남긴다고 하오."
청운이 천기노인을 바라보았다. 천기노인도 청운을 바라보았다. 서로 무언가를 재고 있었다. 노인의 눈에는 판단이 있었고 두려움이 없었다. 이 분소를 운영하는 자의 눈이었다. 위험을 측정하되, 그것에 놀라지 않기로 이미 오래전에 결심한 사람의 눈.
소설이 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철면진인이 이십여 년 전에 처음 이름을 알린 경위가 혹 기록되어 있소?"
천기노인이 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송곳 같은 눈빛이 한 번 가늘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있소." 그가 천천히 말했다. "이십여 년 전, 단 하나의 문파를 멸문(滅門)시키며 이름을 알렸소."
그 순간이었다.
당귀비의 손이 찻사발로 향했다.
소설은 그 동작을 눈 끝으로 붙잡았다. 당귀비가 찻사발을 집어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동작이었다. 다만 찻사발을 감싸 쥔 손의 힘이 달랐다. 손가락 끝이 도자기 표면을 눌렀다. 소리 없이, 그러나 천천히 도자기 귀(把手) 안쪽에 실금 하나가 생겨났다. 실처럼 얇은 금이었다. 당귀비는 그 찻사발을 그대로 들어 입술에 댔다. 표정이 없었다.
소설의 시선이 탁자 위로 옮겨갔다.
문서 뭉치 귀퉁이에 잘린 종이 한 장이 걸쳐 있었다. 분소에서 받아 정리하다 잘린 듯한 문서였다. 그 잘린 면 바로 위, 묵으로 쓰인 글자 하나가 반쪽만 보였다.
唐(당).
소설은 그것을 보았다. 눈길을 거두었다. 더 보지 않기로 했다. 캐내는 것이 천기각의 일이지만, 동행한 사람의 상처를 함부로 파헤치는 것은 천기각의 방식이 아니었다. 천기노인도 그 문서를 치우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것조차 읽히지 않았다.
청운은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당귀비가 찻사발을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실금이 간 도자기 귀는 이제 천기노인 쪽을 향하고 있어서, 청운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당귀비의 손이 탁자 위에 놓였다. 검은 손톱이 반듯하고 고요했다.
천기노인이 말을 이었다.
"청석랑을 추적하고 있소. 오늘 오후, 그자가 낙양 동시(東市) 안쪽 객관(客館)에 투숙했다는 확인이 들어왔소."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일행은 객관 근처 골목에 흩어져 있었다.
청운은 좁은 골목 입구에서 짐꾼 막대를 세워 든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호흡의 절반을 내단전(內丹田) 아래로 가라앉히고, 남은 절반을 주변으로 실처럼 뻗어 내고 있었다.
그때 느꼈다.
극음(極陰)의 기운이 공기를 타고 아주 미세하게 새어 나갔다.
청운은 그것을 알아챘다. 자신에게서 나가는 것이었다. 빙각의 극음 기운을 억제한 상태에서도 기척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산 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서는 바람과 냉기가 섞여 있었으니. 그러나 성 안이었다. 사람들이 배출하는 온기가 겹겹이 쌓인 공간에서, 극음의 냉기 한 줄기는 방향을 갖고 흘렀다. 고수라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청운은 호흡을 더 깊이 닫았다. 단전 아래 빙각 한기의 흐름을 역으로 응축하려 했다.
냉기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완전하지 않았다. 억누를수록 오히려 기운이 웅크렸다가 다시 스며 나왔다. 강물을 손바닥으로 막으면 사방으로 흘러넘치는 것처럼. 극음은 억누르는 것으로 숨길 수 없었다. 흘려보내야 했다. 그런데 이 성 안에서는, 흘려보낼 곳이 없었다.
화룡진인의 말이 스쳤다.
홀로 서야만 제 힘이 된다.
청운은 이를 지그시 물었다. 억누르지 않고, 흘리지도 않는 세 번째 길을 찾으려 했다. 기운을 기운 안으로 말아 넣는 것. 냉기를 냉기로 포박하는 것. 그것은 지금 자신이 다루지 못하는 경지였다. 숙산(熟算)이 아직 부족했다.
그 순간, 객관 이 층 창문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바람이 아니었다. 소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 층 창가. 움직임 있습니다."
창문 안에서 그림자가 창가로 이동해 있었다. 갓을 깊이 눌러쓴 장신 사내. 얼굴은 갓 아래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그 사내가 창 너머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쪽을 향해.
청운이 직감했다. 방금 자신에게서 새어 나간 냉기 — 그 방향을 따라, 저쪽이 먼저 이쪽을 감지했다는 것. 청석랑이라 불리는 자가 새어 나온 극음의 기운을 역으로 읽어낸 것이었다. 사냥꾼과 사냥꾼이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이었다.
청운이 막대를 어깨에서 내렸다. 손을 낮게 내려 일행을 향해 느리고 평범한 손짓을 했다. 짐꾼이 동료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물러서라는 신호였다.
일행이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남궁휘가 맞은편 처마 아래로, 소설이 수레 뒤로, 당귀비가 골목 안쪽으로. 각자의 발걸음이 다른 방향이었으나 각자의 거리가 정확하게 유지됐다. 여러 번 싸워온 사람들의 움직임이었다.
그 사이 객관의 창문이 다시 닫혔다.
그림자도 사라졌다.
청운은 골목 어귀에서 잠시 멈췄다. 발끝이 흙을 밟고 있었다. 극음의 기척이 다시 웅크렸다.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 감지된 이후에야 비로소 다시 안으로 말려 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새지 않으려 할수록 늦었다. 먼저 흘러나간 뒤에야 알아챘다. 저쪽이 그 타이밍을 이미 읽었다면, 다음 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이쪽의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성 안에서 은밀히 움직여야 하는 싸움에서, 그것은 작지 않은 결함이었다.
그날 밤, 일행이 잡은 여인숙 방에서 창문 너머로 객관이 보였다.
청석랑이 투숙한 방의 창에는 밤이 깊어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등불 하나가 창호지를 노랗게 물들인 채, 자정이 넘어도 흔들리지 않고 타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않았다.
남궁휘가 창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 뭐가 있소?"
조용하고 단단한 물음이었다.
청운이 그 옆에 섰다. 그 역시 창문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불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안쪽 창이 닫혀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모르오." 청운이 말했다. "다만 저쪽도 우리를 알게 됐소."
방 안쪽에서 불씨 튀는 소리가 났다.
당귀비가 연죽(煙竹)을 들고 화롯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창 너머의 불빛도, 두 사람의 대화도 보지 않았다. 무릎 위에 비스듬히 연죽을 얹고, 타오르는 불씨를 엄지 손가락 끝으로 가만히 눌렀다.
불씨가 꺼졌다.
당귀비는 품 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태백심곡에서 뜯어낸 천년백사의 독주머니에서 짜낸, 검보다 더 검은 점액이었다. 그녀는 병마개를 살짝 열어 코끝에 가져다 대었다. 한 모금의 기운이 콧등을 찌르자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천 년 묵은 독의 밀도였다. 당가의 어떤 비전 기록에도 나와 있지 않은 농도. 그녀는 병을 다시 닫고, 품에서 꺼낸 작은 무쇠 구슬 하나에 그 액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쇠구슬이 스스로 달아오르는 것처럼 희미한 붉은빛을 머금었다가 이내 식었다.
한 방울이었다. 당귀비는 그것을 따로 보관하지 않고 품 안의 혈폭우 주머니와는 다른 안쪽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아직은 한 알. 낙양 한복판에서 쓸 날을 기다리는 한 알이었다.
연죽의 작은 화점(火點)이 사라지자 방 안이 한 등급 더 어두워졌다. 화롯불만 남아 얼굴들을 낮고 붉게 물들였다. 당귀비의 검은 손톱이 무릎 위에서 반듯하게 놓였다. 그녀의 눈은 허공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어둠이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