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10장. 일상의 칼날 (Everyday Blades)

전투는 짧았지만 처절했다. 카이의 쌍검이 안개를 가르며 적 요원 둘의 마력핵을 정확히 꿰뚫었고, 에스텔의 십자 대검은 나머지의 방어 진형을 종이쪽처럼 찢어놓았다. 이안은 1%의 마력으로 적들의 재생 회로에 간섭하여 복구를 차단했다. 리더를 포함한 선발대는 안개 속으로 몸을 숨겨 후퇴했으나, 추격할 여력은 없었다.

에스텔이 십자 대검에 묻은 검은 잔유물을 바닥에 털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의 피가 아니에요, 이건. 기름 같은 게 묻었어요."

"변이체라 그렇소. 인간의 육체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린 거지." 카이가 떨리는 손으로 단검의 칼날을 닦으며 말했다.

이안은 적들이 남기고 간 검은 마력의 잔해를 조용히 분석했다. 다음에는 더 많은 수가, 더 정교한 전술로 올 것이 분명했다. 일행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네벨의 시장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빵 굽는 냄새, 생선을 파는 상인의 외침, 그리고 뛰어노는 아이들. 방금 전 안개 속에서 마주쳤던 회색 코트의 사내들이 꿈처럼 느껴질 만큼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얇은 유리판 같아서, 한 번만 두드리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카이 님, 아까 그자들이 물러난 건 전멸이 아니라 재편성이었을 텐데요. 이대로 시장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이안의 물음에 카이는 대답 대신 안대 너머로 주변을 훑는 듯 고개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의 귀가 시장의 소음 하나하나를 분리하여 분석하고 있었다. 아이의 웃음소리, 수레바퀴가 돌 위를 긁는 마찰음, 누군가의 기침—그 모든 소리 사이에서 카이는 이질적인 침묵을 골라내고 있었다.

"7국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네. 그들에겐 상징도, 전용 무기도 없지. 저기 과일을 파는 아낙도, 멍하니 앉아 있는 노인도... 그 누구든 7국의 칼날일 수 있어."

카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안의 시야에 기이한 위화감이 포착되었다. 9서클의 안목으로 본 마나의 흐름이 시장 한구석에서 미세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꽃바구니를 든 소녀의 손가락 끝에서, 그리고 일행 뒤편에서 느릿느릿 짐을 나르는 짐꾼의 어깨 근육에서—민간인이라면 결코 보일 수 없는 전투 준비 상태의 마나가 감지되었다.

"잠시만요... 저기 꽃을 든 소녀, 그리고 우리 뒤의 짐꾼. 근육의 긴장도와 마나 순환이 평범한 민간인의 것이 아닙니다. 9서클 탐지 마법, '심상 투영(Mental Projection)'!"

이안이 손가락을 튕기자, 1%의 미약한 마력이 파동이 되어 퍼져나갔다. 적들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는 하찮은 파동이었지만, 그 신호가 닿는 순간 숨겨진 살기가 이안의 머릿속에 점으로 찍혔다. 시장 전체에 걸쳐 일곱 개. 아까의 선발대보다 오히려 더 정교하게 잠복한 적들이었다.

서걱!

방금 전까지 꽃을 팔던 소녀가 바구니 속에서 가느다란 철사를 꺼내 에스텔의 목을 노렸다. 꽃잎이 흩날리는 사이로 금속의 차가운 광택이 번뜩였다. 뒤에 서 있던 짐꾼은 메고 있던 쌀가마니를 던져버리고 그 안에서 뽑아낸 녹슨 낫을 휘둘렀다.

"정말이지, 제국이나 교단이나 사람을 도구로 쓰는 건 똑같군요!"

에스텔이 반응하기도 전, 철사는 그녀의 목에 닿았으나 성기사의 절대 방벽에 막혀 오히려 철사가 끊어졌다. 에스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짐꾼의 가슴팍을 어깨로 밀어버렸다.

쿠웅!

짐꾼은 수 미터를 날아가 벽에 박혔다. 벽돌이 갈라지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카이는 소리 없이 단검을 뽑아 소녀의 발목을 그었다. 소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지려 했지만, 절단된 건에 의해 곧 바닥에 쓰러졌다.

"이안, 저들의 움직임이 안개와 하나가 되고 있네. 자네의 마법 좌표가 없으면 추격이 불가능해!"

카이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시장의 평화로운 풍경이 순식간에 사지로 변하고 있었다. 장사꾼들이 비명을 지르며 좌판을 버리고 달아났고, 아이를 안은 여인이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이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음 마법 조합을 준비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덫이 되어 일행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