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11장. 안개의 눈 (The Eye of the Mist)

도시 중앙에 우뚝 솟은 '침묵의 시계탑'이 안개 너머로 거대한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시계 바늘은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탑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만이 안개를 타고 도시 전체로 맥박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빛이 닿는 곳마다 안개의 밀도가 달라졌다.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처럼, 빛의 리듬에 맞춰 호흡하고 있는 듯했다.

"조심하게. 저 안개 자체가 조사 7국의 신경망이야. 우리가 발을 옮길 때마다 놈들은 진동의 차이로 위치를 읽고 있네."

카이가 단검을 낮게 거머쥐며 경고했다. 시계탑 주변의 건물 옥상에는 이미 7국의 마도 저격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안의 마력 감지에는 여섯 곳의 사선이 교차점을 이루며 탑 앞 광장을 완벽히 덮고 있었다. 단 한 발자국만 광장에 발을 들여놓아도 동시에 여섯 발의 마력탄이 날아올 구조였다.

"이안 님, 저번처럼 제가 미끼가 되어 저들의 시선을 전부 끌어볼까요?"

에스텔이 십자 대검를 어깨 위로 치켜들며 말했다. 그녀의 팔뚝에 하얀 신성력이 핏줄처럼 떠올랐다.

"안 됩니다, 사제님! 큰 마법을 쓰면 안개의 파동이 강해져서 오히려 적들에게 정확한 좌표를 헌납하는 격이에요. 이번엔 조용히 가야 합니다."

이안은 지팡이를 바닥에 세우고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세 가지 마법의 설계도가 동시에 펼쳐졌다. 9서클 마도사만이 가능한 다중 영창—보통이라면 세 가지 마법이 서로의 마력 흐름을 방해하여 모두 상쇄되고 마는 무모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안에게는 역설적인 이점이 있었다. 1%의 출력이라는 한없이 가느다란 실. 굵은 밧줄 세 가닥은 서로 엉키지만, 거미줄 세 올은 하나의 직물이 될 수 있었다.

이안의 손끝에서 세 갈래의 마력이 거미줄보다 가늘게 풀려 나갔다.

첫 번째 실은 공기 중의 안개 입자 사이로 파고들었다. 빛이 물방울을 만나면 꺾이듯, 이안은 일행 주변의 안개 밀도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그들의 잔상을 3미터 옆으로 옮겨놓았다. 적의 눈에는 일행이 실제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

두 번째 실은 카이와 에스텔의 발밑으로 스며들었다. 발이 닿는 바닥과 공기의 경계면에서 진동을 삼켜, 두 사람의 발소리를 완벽히 지웠다. 카이가 놀란 듯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돌바닥을 밟고 있는데, 귓전에 아무 소리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 실은 이안 자신의 마력을 감쌌다. 자신이 흘리는 마력의 색을 도시에 깔린 배경 마나와 정확히 같은 파장으로 위장했다. 마력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투명한 마력'. 이것이야말로 1%의 출력이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슈슉! 탕!

옥상의 저격수들이 일제히 탄환을 날렸다. 마력탄이 안개를 뚫고 쏟아져 내렸으나, 그들이 맞춘 것은 이안이 만든 허상뿐이었다. 돌바닥이 파이고 먼지가 솟구쳤지만, 일행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지금입니다! 카이 님, 저격수들이 장전하는 사이 처리해 주세요. 에스텔 님은 시계탑 정문을 열어 주십시오!"

카이는 이안이 만들어 낸 무음의 경로를 따라 안개 속을 번개처럼 달렸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옥상에 올라 저격수들의 손목을 차례로 그어넘겼다. 비명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의식을 잃은 저격수들이 옥상 위에 쓰러졌다. 그 사이 에스텔은 신성력을 두른 어깨로 시계탑의 육중한 강철 문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쿠우웅-!

두꺼운 강철 문짝이 경첩째 뜯겨 나가 탑 내부로 나뒹굴었다. 비명 소리조차 안개에 묻힌 채, 일행은 시계탑 내부로 진입했다.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기계의 진동이, 네벨의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