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소리 없는 길 (The Silent Path)
시계탑의 내부 기계층은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로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금속의 맞물림 소리 사이로, 기름과 오래된 마력 결정의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천장에서는 어둑한 에테르 조명이 톱니바퀴의 그림자를 일행 위로 끝없이 돌려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상층부로 이어지는 리프트였다. 주 통로 두 곳 모두 조사 7국 요원들이 틀어막고 있었다. 정면 돌파는 소음이 크다. 탑 전체에 경보가 울릴 것이다.
"막혔군요."
에스텔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 어조에 '내가 다 부수면 되지 않나요?'라는 뜻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
"잠깐."
카이가 손을 들어 일행을 세웠다. 그는 톱니바퀴의 굉음 사이에서 미동도 않은 채 귀를 기울였다. 이안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카이가 무언가를 듣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이안도 몰랐다.
"동쪽 기어열 안쪽. 점검용 보조 통로가 있다. 요원들이 지키고 있지 않아. 폭 한 사람 반. 비좁지만 상층부까지 이어진다."
"어떻게 알았죠?"
이안이 물었다. 카이는 대답 대신 안대를 한 번 매만졌다.
"기어 소리가 다르게 울린다. 저쪽 벽이 비어 있다는 뜻."
이안은 잠시 그 논리를 머릿속에서 따라가 보았다. 맞았다. 진동의 반향 패턴. 그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었다.
계획은 단순했다. 에스텔이 주 통로 앞에서 요원들의 시선을 끈다. 카이와 이안이 보조 통로로 먼저 상층부에 도달해 리프트 잠금을 해제한다. 에스텔은 그 리프트로 합류한다.
"...저더러 미끼가 되라는 말씀인가요?"
에스텔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불만이나 분노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는 듯.
카이는 그 질문에 잠시 멈췄다. 내심 다른 말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 세상에서 이 일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그렇습니다."
에스텔은 자비를 어깨에 올리며 주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발소리 하나하나가 당당했다. 요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금속 갑옷의 광채, 거대한 대검, 거침없는 걸음걸이. 한 명이 외쳤다.
"저기다! 잡아라─!"
그 소리가 기계층 전체에 울려 퍼지는 순간, 카이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이안은 그 뒤를 따라 기어열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통로는 비좁고 어두웠다. 발밑의 격자 철판이 흔들릴 때마다 아래로 수십 미터의 기계 심연이 보였다. 이안은 안경을 고쳐 쓰며 앞만 보았다.
리프트 제어반은 상층부 직전의 소형 기계실에 있었다. 잠금 회로는 7겹의 에테르 실seal로 묶여 있었다. 이안은 손가락을 들어 첫 번째 실을 더듬었다. 1%의 마력. 하지만 이 잠금들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것이지, 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이 하나씩 풀렸다. 2초. 4초. 7초.
리프트가 빛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에스텔이 올라왔다. 갑옷 한 군데도 벗겨지지 않은 채, 어딘가 약간 신난 표정으로.
"요원이 열두 명 있었는데, 다들 꽤 열심히 하더군요."
카이가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부상자는 없겠죠."
"당연하죠. 다들 정중히 벽에 기대어 쉬고 계십니다."
이안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안경을 올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리프트가 천천히 상층부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말없이 위를 바라보았다. 저 위에, 네벨의 심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