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낙제자들의 설계도 (Blueprint of Failures)
이안이 네벨의 심장 앞에 섰다.
가까이에서 보니 수정체라기보다 거대한 기계의 핵심부에 가까웠다. 수정 표면에는 마력관들이 마치 혈관처럼 뻗어 있었고, 그 관들은 탑의 벽을 뚫고 도시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안은 손끝을 가까이 가져갔지만 닿지는 않았다. 닿지 않아도 마력으로 읽을 수 있었다.
9서클의 안목으로 구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 장치는 안개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안개를 '통로'로 쓰고 있었다. 도시 전체를 덮은 안개가 거대한 그물이었다—무언가를 끌어모으는.
마력관을 따라 흐름을 역추적했다. 탑에서 도시로. 거리로. 골목으로. 집으로.
그리고.
이안의 손가락이 멈췄다.
마력관의 끝이 연결된 것은 기계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카이."
이안이 낮게 불렀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음 낮았다.
"저 마력관들, 어디로 이어지는지 소리로 추적할 수 있습니까?"
카이가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심장 소리가 들린다. 수백 개. 규칙적이고 약하다. 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야. 그냥... 반복하고 있어."
"영혼 채굴입니다."
이안이 말했다. 말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이 장치의 구조를 이제 전부 이해했다. 네벨의 심장은 안개를 통해 도시 전체 시민들의 생명력과 영혼을 조금씩 빨아들이고 있었다. 너무 천천히, 너무 고르게. 당사자들은 느끼지 못한다. 그냥 조금 피곤하고, 조금 멍하고, 조금 씩 잊어가면서—그렇게 수십 년이 흐르면 텅 비게 된다.
아름다운 안개 도시의 정체는 거대한 인간 채굴장이었다.
에스텔이 창밖을 내려다보다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등 뒤로 가느다란 마력관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텅 빈 눈동자. 같은 동작의 반복. 지금껏 평범한 시민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카이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주먹이 천천히 쥐어졌다. 손등의 힘줄이 하얗게 드러났다.
조사 7국 소속으로 제국 곳곳을 누볐던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아니—보지 않았던 것. 명령을 받으면 수행했고, 의문을 품으면 지웠다. 그것이 훈련이었고, 효율이었고, 생존이었다. 그 모든 시간 동안, 이런 곳이 제국 안에 있었다.
이안은 그 말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카이가 지금 듣고 싶은 것이 말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이안이 수정체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추출 회로를 끊겠습니다. 파괴가 아니라 차단입니다. 이미 빨려든 에너지는 역으로 토해낼 곳이 필요하니—위로 올라올 겁니다."
"어떻게 보입니까?"
에스텔이 물었다.
"빛으로 보일 겁니다."
이안이 눈을 감았다. 마력의 실이 수정체 안으로 스며들었다. 추출 회로의 핵심 연결부를 찾아 하나씩 차단하기 시작했다. 압력이 높은 곳일수록 조심스럽게. 끊는 것이 아니라 막는 것. 닫는 것.
우우웅-!
도시 전체를 짓누르던 안개가 거대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에서부터 위로—금빛 입자가 되어 피어올랐다. 수십 년에 걸쳐 빨려들어 갔던 것들이, 갈 곳을 잃고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다.
시계탑의 창 너머로, 일 년 내내 햇빛 한 줌 들지 않던 도시에 처음으로 투명한 하늘이 드러났다.
누구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안은 안경을 고쳐 쓰며,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마력의 파동을 느꼈다. 채굴이 멈춘 것을 감지한 진짜 배후—상층부의 정예 부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