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15장. 지워진 요원들 (Erased Agents)

안개가 걷힌 시계탑 광장으로 조사 7국의 정예 타격대가 쏟아져 나왔다. 수십 명의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전개하는 모습은 살아 있는 군단이라기보다 하나의 기계처럼 보였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목덜미에는 붉게 빛나는 제어구가 피부를 파고들 듯 깊숙이 박혀 있었다. 채굴 시스템과 연결된 강제적인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카이... 막아라... 역적을 처단하라..."

타격대의 선두에 선 한 요원이 기계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단검을 휘둘렀다. 눈 위를 관통하는 깊은 흉터—EP009의 안개 속에서 카이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바로 그 사내, 레온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에는 감정이라고는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챙-!

카이가 간신히 그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레온의 힘은 평소의 세 배 이상으로 증폭되어 있었다. 제어구가 고통과 공포를 차단하고, 인체의 한계를 무시한 힘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카이의 발이 바닥에 긁히며 뒤로 밀렸다.

"레온! 정신 차려! 너까지 상층부의 꼭두각시가 된 건가!"

카이의 외침에도 레온과 요원들은 감정 없는 살육 기계처럼 일행을 몰아붙였다. 한 명 한 명은 카이보다 약했으나, 고통을 모르는 몸으로 쉼 없이 밀어붙이는 파상공세는 점점 일행의 체력을 깎아 내렸다.

에스텔이 십자 대검를 수평으로 휘둘러 세 명의 요원을 한꺼번에 튕겨냈다. 쓰러진 요원들이 부서진 뼈를 무시하고 다시 일어나려는 것을 보며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 싸우는 게 아니에요. 목에 박힌 저 빛나는 것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어요!"

이안은 1%의 마력을 끌어올려 제어구의 마나 흐름을 역추적했다. 네벨의 심장에서 뻗어 나온 회로가 요원들의 목덜미까지 이어져 있었다. 채굴 시스템의 연장이었다—시민들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것과 구조가 같았다. 심장부에서 뻗어 나온 마력관이 요원들의 제어구로 연결되어 있었다. 구조는 파악했다. 문제는 해법이었다.

"제어구 자체를 물리적으로 파괴해야만 세뇌가 풀립니다. 카이 님, 목숨을 앗아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베어야 해요. 목 뒤 정중앙, 경추에서 반 치(寸) 위. 거기에 제어구의 코어가 있습니다!"

"하필이면 가장 위험한 부위를 노려야 하는 건가."

카이는 이를 꽉 물었다. 한때 등을 맡겼던 동료들의 목덜미에 칼을 대야 한다. 한 치의 오차라도 나면 척수를 끊어 버릴 수 있는 자리다. 맹인의 감각으로 그 정밀도를 유지하며 전투를 수행해야 했다.

카이는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한때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들의 칼날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카이의 쌍검이 빛처럼 번뜩이며, 날아오는 칼을 흘려내는 동시에 제어구를 노렸다. 자신의 어깨가 베이고, 옆구리에 단검이 스치는 것을 감수하면서.

첫 번째. 좌측 요원의 공격을 오른쪽 검으로 막고, 왼쪽 검을 뒤로 돌려 목덜미를 스쳤다.

카앙!

붉은 파편이 깨져 나가며 요원이 경련을 일으키고 쓰러졌다. 두 번째, 세 번째. 카이의 움직임은 춤이라기보다 고행에 가까웠다. 상처가 늘어갈 때마다 정밀도는 떨어지고, 집중은 흐려져 갔다.

그리고 마지막, 레온.

레온의 단검이 카이의 왼팔을 꿰뚫었다. 카이가 고통에 신음을 삼켰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단검이 팔에 박힌 채로, 오른손의 검을 들어올려 레온의 목 뒤로 파고들었다.

카앙-!

정확히 제어구만을 박살 내는 일격. 붉은 파편이 깨져 나가며 레온이 쿨럭 피를 토하고 무릎을 꿇었다.

"허억... 카, 카이...?"

초점을 되찾은 레온의 눈에, 피투성이가 된 카이의 모습이 담겼다. 카이의 왼팔에는 레온의 단검이 여전히 박혀 있었다. 레온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싸 쥐더니, 주변에 쓰러진 동료들과 바닥의 핏자국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에스텔이 쓰러진 요원들의 제어구를 하나씩 정밀하게 타격하며 나머지를 해방시켰다. 마침내 광장에 쓰러져 있던 요원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다.

"카이... 정말 너인 거냐? 우리가... 또 무슨 짓을..."

"너희 잘못이 아니다, 레온. 상층부의 협박과 세뇌에 당했을 뿐이야."

레온의 눈에서 참회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들은 상층부에서 네벨의 심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7국 요원 전체를 역모로 몰아 숙청하겠다고 협박당한 채, 강제로 제어구를 심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게 이안 님이 말한, 진짜 구원이군요."

에스텔이 무기를 거두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입술이 무언가를 읊조렸다. 이단을 향한 심판의 기도가 아닌, 해방된 자들을 향한 축복의 기도문이었다. 이안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가 레온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카이의 왼팔에서 뽑아낸 레온의 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찬 소리를 냈다.

"레온, 이제 그만하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제국의 명예가 아니라, 이 도시의 사람들이다. 네벨의 심장에 박힌 영혼 추출 회로를 완전히 박살 내는 데 힘을 빌려다오."

레온은 피 묻은 단검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했다, 카이.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하고 있었군. 조사 7국 전체가 지금 이 시간부로 상층부의 명령을 거부한다. 우리가 뒤를 지킬 테니, 너희는 저 끔찍한 장치의 핵심을 파괴해라!"

방금 전까지 서로에게 칼을 겨누던 조사 7국 요원들이, 이제는 일행을 등지고 광장의 입구를 향해 결사 방어 진형을 펼쳤다. 제국의 도구로 이용당했던 유령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의지로 칼을 뽑아 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