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16장. 네벨의 심장 (Heart of Nebel)

조사 7국 요원들이 시계탑 광장의 입구를 굳건히 틀어막은 가운데, 이안 일행은 마침내 네벨의 심장부에 도달했다. 거대한 태엽과 톱니바퀴들이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붉게 맥동하는 거대한 마나 수정이 공중에 떠 있었다. 수정 표면을 따라 검은 핏줄 같은 마력관이 수십 갈래로 뻗어 나가, 시계탑의 벽을 뚫고 도시 곳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안이 수정 앞으로 걸어갔다.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얼굴을 달궜고, 안경 렌즈에 붉은 빛이 반사되어 그의 눈동자가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가까이 다가서며 조용히 마력으로 구조를 읽었다.

이 수정은 단순히 마나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백 년에 걸쳐 빨아들인 영혼의 에너지가 내부에서 끊임없이 압축되고 있었다. 외곽을 감싼 방어막은 9서클 수준—물리적 접근은 불가능하다. 힘으로 부수면 응축된 마나가 한꺼번에 터져 도시 전체가 날아간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해체할 방법은?" 카이가 쌍검을 거두며 물었다. 레온에게서 입은 왼팔의 상처에 에스텔이 응급으로 감아 준 붕대가 이미 붉게 젖어 있었다.

"핵을 도려내야 합니다. 수정 내부에는 모든 마력이 집중되는 결정 지점이 하나 있어요. 거기에 균열을 만들면—압력이 한꺼번에 터지는 게 아니라 흐름이 끊어지며 자연히 소멸합니다. 다만 방어막을 먼저 열어야 해요."

이안은 양손을 뻗어 방어막 표면에 손끝을 댔다. 눈을 감는 순간, 방어막 내부의 마력 구조가 머릿속에 청사진처럼 펼쳐졌다. 수천 개의 마력선이 빽빽하게 교차하는 거대한 격자. 그 가운데 하나의 결합점만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수백 년 된 방어막의 유일한 노화 지점이었다.

"사제님, 만약 제가 실패해서 폭발이 시작되면..."

"당신의 뼈와 살이 가루가 되기 전에 제가 먼저 성력으로 묶어 버릴 테니 걱정 마세요. 아주 튼튼하게 치유해 드리죠."

에스텔이 무시무시한 미소와 함께 십자 대검을 바닥에 쿵 내려찍었다. 바닥에 또 하나의 균열이 생겼다.

"참으로 든든하군요." 이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마력을 방출했다.

9서클 마법, '앱솔루트 캔슬(Absolute Cancel)'. 출력 1%.

보통의 9서클 마도사라면 거대한 마나의 격류를 일으켜 방어막 전체를 산산조각 냈을 테지만, 이안의 마력은 달랐다. 얇고 예리한 바늘 한 올이 방어막의 가장 취약한 결합점을 향해 파고들었다. 마치 거대한 댐의 작은 나사 하나를 빼내어 전체를 붕괴시키듯, 이안의 1%는 거미줄보다 가는 마력선 하나를 끊어 냈다.

주변이 진동했다. 붉은 마나의 결계가, 끊어진 한 올을 기점으로 소리 없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방어막에 균열이 열렸다—지름 한 뼘 남짓, 내부로 통하는 좁은 통로.

이안은 그 틈으로 마력의 실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수정 내부의 지형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핵을 찾았다. 거대한 압력의 중심. 모든 흐름이 수렴하는 한 점. 이안은 그 점을 찾아내는 순간, 마력의 실 끝을 쐐기처럼 꽂았다.

핵 내부에 첫 번째 균열이 생겼다.

우지직-!

수정 전체가 신음하듯 울렸다. 균열은 이안이 유도하는 방향을 따라 천천히 퍼져 나갔다. 폭발이 아니었다. 내부에서부터 조용히, 돌이 쪼개지듯 갈라지는 소리였다.

퍼어엉-!

마지막 균열이 완성되는 순간, 마나 수정이 쩍 갈라졌다. 찬란하게 타오르던 붉은빛이 급속히 식어 가며 잿빛 돌덩이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정과 연결되어 있던 마력관들이 하나둘씩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동시에 시계탑을 감싸고 있던 기분 나쁜 진동이 멈추고, 멀리 도시 너머로 마지막 안개 조각들이 바람에 쓸려 사라졌다.

카이가 천천히 잔해 쪽으로 걸어왔다. 부서진 수정 앞에 서서, 이안을 내려다보았다. 말이 없었다. 그러다 짧게 물었다.

"넌 항상 부수지 않는다."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부술 힘이 없으니까요."

"아니야." 카이가 잠시 뜸을 들였다. "읽는 쪽을 선택하는 거지."

이안은 그 말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안경을 고쳐 쓰며 바닥에 떨어진 수정의 잔해를 발로 뒤집었다. 잔해의 단면에, 전송 마법진의 흔적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이 님. 이건 단순한 채굴기가 아니에요."

이안이 잔해의 단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마법진의 선들이 한 방향이 아니었다. 아크리움을 향한 주 경로 옆으로, 가느다란 분기선들이 수십 갈래 뻗어나가고 있었다.

"전송 경로가 하나가 아닙니다. 아크리움 방향 외에도..." 이안은 손끝으로 선을 따라가다 멈췄다. "제국 전역으로 뻗어있어요. 마도 길드, 군 시설, 아카데미... 각각의 경로로."

그 순간이었다. 이안의 품 속에 있던 에테르나의 파편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거대한 제국 전역의 연결망을 가리키는 회로도 앞에서, 마치 그 거대한 시스템에 대항하는 나침반처럼 파편이 반응하고 있었다.

카이의 눈썹이 좁혀졌다. "그게 무슨 의미야."

이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뭔가가 맞물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안경을 고쳐 쓰며 일어섰다. "아크리움에 가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설계 원본이 거기 있으니까."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안경 너머의 눈이 처음으로 두려움 이외의 것—차가운 분노를 담고 있었다.

"진짜 적은... 황궁의 가장 깊은 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