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소환장 (The Summons)
다음 날 아침, 소환장이 왔다.
교단 문양이 양각된 흰 봉투였다. 에스텔이 받아 뜯었다. 안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사제 에스텔에 대한 신성력 검증 심문을 통보합니다. 오늘 정오, 교단 대심문소. 단독 출석.
이안이 먼저 말했다.
"거절하죠."
"아니요."
에스텔이 봉투를 접으며 대답했다. 이안이 말을 잇기 전에 에스텔이 돌아보았다. 표정이 평소와 같았다. 그게 오히려 이안을 불안하게 했다.
"이안 님, 저는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이 질문을 언젠가는 받았어야 했으니까요."
카이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혼자 들어갔다가 안 나오면?"
"그럼 그때 꺼내러 오세요." 에스텔이 자비를 어깨에 걸치며 덧붙였다. "정중하게요."
정오가 되자 에스텔은 혼자 대심문소로 들어갔다.
이안과 카이는 바깥 회랑에 남았다. 회랑에는 교단 수련생들이 오가고 있었다. 젊은 마법사들이 마법진 양피지를 들고 분주히 걸었다.
이안은 그들을 관찰했다. 어젯밤 느꼈던 것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마나 흐름을 짚었다. 수련생 하나, 또 하나. 지나가는 교단 성직자까지. 모두에게서 같은 구조가 보였다. 기저에 깔린 외부 의존 흐름. 자신의 마나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랐다. 피로나 착각이 아니었다.
'이 차이가 뭐지.'
이안은 머릿속에서 가능성을 하나씩 검토했다. 교단 고유의 마법 체계? 아니면 루미나라는 장소 자체의 영향? 아니면—
네벨의 수정 잔해에서 본 분기 경로들이 머릿속에 겹쳤다. 제국 전역의 마도 기관으로 뻗어 있던 그 선들.
이안은 안경을 고쳐 쓰며 생각을 멈췄다. 아직 연결하기엔 근거가 부족했다.
"집중이 안 되는 모양이군."
카이가 옆에서 말했다.
"생각이 많아서요."
"에스텔 걱정이야?"
"그것도 있고요."
카이는 더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회랑 끝의 기둥에 등을 기대고 에스텔이 나올 문을 바라보았다.
점심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성당 어딘가에서 울렸다. 수련 성직자들이 회랑을 빠져나갔다. 오가던 인원이 줄었다. 회랑이 조용해졌다.
한 시간쯤 지났다. 대심문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문 앞을 지키던 교단 위병만 교대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이 한 번 열렸다. 에스텔이 아니었다. 보좌처럼 보이는 성직자가 양피지를 들고 나와 복도 반대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안은 그것을 보았다. 카이도 보았다. 둘 다 말하지 않았다.
한참 뒤 카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왔을 때 많이 캐묻지 마."
이안이 고개를 돌렸다. 카이는 여전히 문 쪽을 보고 있었다.
"알겠어요."
오후가 되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