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그래도 나는 여기 있다 (And Yet, I Am Here)
심문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에스텔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등 뒤로 듣고 나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교단의 권위를 담은 공간이라기엔 너무 단출했다. 창문 하나. 긴 탁자 하나. 빈 의자 두 개. 그리고 정오의 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먼지를 흩뜨리고 있었다.
에스텔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자비는 문 앞에 세워두고 왔다. 여기서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기도를 드리려 했다. 습관이었다. 눈을 감고 손을 모으면 언제나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응답하는 기분이 있었다. 오늘은 없었다. 고요했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 막혀 있는 것처럼.
에스텔은 눈을 떴다.
창밖의 햇빛이 탁자 위에 직사각형으로 누워 있었다. 먼지가 그 안에서 부유했다. 에스텔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기도가 막힌 자리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문이 열린 건 한참 후였다. 에스텔은 듣지도 않고 알았다. 공기의 질이 달라졌다.
심판관이 들어왔다. 교단의 은회색 법복.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머리카락은 희었고, 걸음은 조용했고, 탁자 맞은편에 앉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앞에 양피지 묶음을 내려놓았다. 에스텔을 한 번 보았다. 다시 양피지를 폈다.
침묵이 이어졌다. 에스텔은 먼저 말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무얼 했소?"
심판관이 물었다. 첫 마디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었다.
에스텔이 대답했다.
"생각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어떤 생각을?"
"오늘 여기서 드릴 말씀에 대해서요."
심판관이 잠시 에스텔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양피지로 시선을 내렸다.
"루카스 신부의 사건을 알고 있소?"
"네."
"기록에는 비인가 신성 시술이라 적혀 있소. 루카스 신부가 쓰러졌고, 이단적인 돌연변이 사제 에스텔이 개입했다고. 본인의 진술을 듣고 싶소."
에스텔은 잠깐 생각했다. 루카스 신부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에스텔의 이름을 불렀던 방식. 너무 오래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심판관이 고개를 들었다. 에스텔은 계속했다.
"루카스 신부님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손을 내밀었고, 허락을 받은 다음에 시술했습니다. 루카스 신부님은 아무것도 청하지 않으셨어요."
"그렇다면 신부를 보호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침묵.
심판관이 양피지에 무언가를 적었다. 에스텔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교단 규정에 따르면, 외부 성직자의 비공인 신성 시술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오. 귀하의 신성력이 교단이 인정하는 계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했소."
"그때 저는 교단에 물어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심판관의 붓이 멈췄다.
에스텔은 어조를 높이지 않았다. 변론이 아니었다. 설명이었다. 그것이 전부였고, 에스텔은 그것이 전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카스 신부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했습니다. 그 판단이 규정을 어긴 것이라면, 어긴 겁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말은 아직 드리기 어렵습니다."
심판관은 오래 말하지 않았다.
"…그 판단은 교단이 하는 것이오."
"네."
에스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역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정이었다. 심판관은 그것을 이해한 것 같았다. 아니면 이해하려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에스텔은 그 차이를 알 수 없었다.
양피지가 접혔다. 심판관이 일어섰다.
"결과는 나중에 통보하겠소."
회랑에는 수련 성직자들이 오갔다.
이안은 기둥에 등을 기대고 그들을 관찰했다. 천장을 보는 것처럼 했지만 보고 있는 것이 따로 있었다.
교단의 수련 성직자 둘이 서류를 들고 복도를 지나갔다. 이안은 그 마나 흐름을 짚었다. 가슴 쪽, 약간 왼편. 그 위치에서 마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미세하게, 외부에서 흘러드는 구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안은 안경을 고쳐 쓰며 자신의 마나를 느껴봤다. 자신 안에 고여 있는 것. 외부에서 흘러드는 구조가 없었다.
"왜 천장 보고 있어?"
카이가 물었다.
"생각 중이에요."
"에스텔 생각?"
"그것도요." 이안은 잠깐 주저했다. "저 사람들은 가슴 쪽에서 마나가 시작돼요. 여기서 본 교단 마법사들, 다 그래요. 저는 그렇게 못 하거든요."
카이가 눈썹을 올렸다.
"그게 문제야?"
"문제인지 아닌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 달라요. 확실히."
카이는 더 묻지 않았다. 이안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둘은 다시 문을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문이 열렸다.
복도에는 햇빛이 없었다.
에스텔이 심문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그 사람이 있었다.
성직자였다. 에스텔보다 키가 조금 컸다. 은발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흰 머리카락이었지만 얼굴은 젊었다 — 40대 초반. 교단 고위직의 자수가 놓인 법복.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
그가 에스텔을 보았다.
에스텔도 그를 보았다.
짧은 시선이었다. 어떤 인사도 없었다. 그런데 에스텔은 왠지 그 시선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 처음 보는 사람이 맞는데. 그가 에스텔을 지나쳐 심문실 쪽으로 걸어가며 뒤에서 온 심판관에게 낮게 물었다.
"아이는 어떻던가요?"
"예상보다 단단하더군요."
발소리가 멀어졌다.
에스텔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걸으면서 그 두 마디를 되씹었다.
아이.
아이. 에스텔은 스물둘이었다. 아이라는 단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이라면 당연한 표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걸리는 걸까.
복도 끝에서 카이와 이안이 보였다. 에스텔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카이가 돌아보았다.
에스텔이 계단 위에 섰다. 성당 바깥으로 나오니 늦은 오후 햇빛이 쏟아졌다. 눈이 잠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카이가 말했다.
"수고했어."
에스텔은 잠깐 그 말을 들었다. 가볍게 말해준 것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울렸다. 수고했어. 수고를 했나, 나는. 한 것이라고는 — 자리에 앉아서 물음에 답한 것뿐인데.
"…응. 나도 그런 것 같아."
이안이 결과를 물었다.
"보류래요. 루카스 신부님 쪽도 조사한다고요."
"루카스 신부가 불려가는 건가요?"
"아마도요."
세 사람은 계단을 내려갔다. 에스텔은 내려가다 한 번 성당을 돌아보았다. 아까 들어갔을 때와 같은 건물이었다. 같은 흰 석재, 같은 색유리 창문. 저녁빛에 물든 첨탑.
그런데 낯설었다.
자신이 자라면서 보아온 성당의 이미지와 겹쳐 있는데, 겹쳐 있어서 오히려 낯설었다. 에스텔은 그것을 어떻게 부를 말을 몰랐다. 서운한 것도 아니고,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달랐다.
에스텔은 다시 앞을 보고 계단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