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좌표라고 불렸다 (Called a Coordinate)
회랑은 낮에도 서늘했다.
성당의 외벽을 따라 이어진 열주 복도 — 지붕은 있었지만 한쪽이 트여 있어서 바람이 그냥 들어왔다. 에스텔은 기둥에 기대지 않고 서 있었다. 손은 성의 앞에 모았지만 기도 자세는 아니었다. 그냥 두 손이 갈 데가 없는 사람처럼.
루카스 신부가 다가왔다.
"에스텔 사제."
에스텔이 고개를 돌렸다. 루카스는 어제보다 안색이 괜찮았다. 무사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익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소환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접히지 않은 양피지. 에스텔은 그것을 보고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
"소환장이에요?"
"오늘 오후에 받았습니다."
에스텔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종이의 형태로 손에 쥐어진 것을 보니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다.
루카스는 소환장을 접어 품에 넣었다. 그러고는 잠깐 회랑 너머 마당을 바라보았다. 돌이 깔린 안마당. 오전 수련 중인 수련 성직자 두 명이 저쪽 끝을 가로질러 갔다.
"기도가 막혀본 적 있습니까?"
에스텔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깐 그를 보았다. 루카스는 마당을 보고 있었다.
"있어요."
"어떻습니까?"
에스텔은 생각했다. 어제의 심문실.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는데 아무것도 응답하지 않던 그 고요함.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막혀 있는 것처럼.
"가득 찬 것 같은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랬습니다.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요." 그는 잠깐 멈췄다. "기도가 통하고 있다면 —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은 교단의 허락을 받은 감사였을 겁니다. 규정에 맞는, 질서 안의 감사요."
에스텔은 기다렸다.
"지금은." 루카스가 에스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사람한테 고맙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에스텔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말이 있었는데 — 그 말을 꺼내면 무언가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아서, 에스텔은 그냥 루카스를 바라보기만 했다. 루카스도 더 말하지 않았다. 열주 사이로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에스텔이 먼저 성당 쪽으로 몸을 돌렸다.
회랑 끝, 열주 너머에서 이안이 그 뒷모습을 보았다. 에스텔이 성당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발걸음이 조용했다. 돌아보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는 잠겨 있지 않았다.
계단 앞에 문이 있었는데, 이안이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소리 없이 열렸다. 잠금쇠가 없는 것이 아니라 — 잠그는 것을 잊었거나, 잠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공간이었다. 이안은 잠깐 문 앞에 서서 계단 아래를 살폈다. 마나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 미세했다. 성당 위층의 마나 흐름과 결이 달랐다. 위층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흐름이었다 — 가슴 쪽, 외부에서 들어오는 구조. 아래는 그것이 없었다. 공간 자체에서 천천히, 오래된 것처럼 흘렀다.
이안은 내려갔다.
지하 문서고는 예상보다 넓었다. 돌벽에 목재 서가가 이어져 있었고, 양피지 두루마리와 제본된 기록물들이 빼곡했다. 등잔 몇 개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이안은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마나의 출처를 더듬었다.
한쪽 벽 안쪽에 장치가 있었다.
돌 표면에 새겨진 것이었다. 새것이 아니었다 — 각인이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희미했다. 하지만 작동하고 있었다. 마나가 거기서 출렁이듯 흘렀다. 이안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구조가 낯설지 않았다.
네벨에서 본 것이 있었다. 개인의 마나가 아니라 외부에서 끌어오는 방식으로 설계된 장치들. 이것도 그 계열이었다. 용도가 같다는 뜻은 아니었다 — 규모도 달랐고 목적도 달랐을 것이었다. 하지만 설계의 논리가 비슷했다. 이안은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위치와 구조를 기억했다.
발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계단 쪽에서. 한 사람. 가볍지 않은 발걸음. 이안은 자연스럽게 서가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서가 사이 좁은 통로, 등잔 불빛이 닿지 않는 쪽.
발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어왔다.
"있군요."
이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론이었다. 어제 복도에서 에스텔을 지나쳤던 그 사람. 은발, 교단 고위직 법복. 그는 서가 입구 쪽에 멈춰 서서 이안 쪽을 보았다. 직접 보는 것처럼. 이안이 서가 안쪽에 있는데도.
"나오세요. 숨는 게 아니라면."
이안은 통로에서 나왔다. 아론은 이안이 나오는 것을 보며 서 있었다. 어떤 긴장도 없었다. 이 공간에서 이안을 보는 것이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아닌 사람처럼.
"당신이 누군지는 알고 있습니다."
아론이 먼저 말했다.
"에스텔 사제와 함께 온 아이. 이안이라고 했던가요."
"네."
"마력 검사는 받았습니까?"
"어제요."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안을 향해서가 아니라 — 장치 쪽으로. 그는 이안이 서 있던 위치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장치 쪽을 보았다.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마력이 없는 아이가 아니에요."
이안은 그 말을 들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없는 거지요." 아론이 다시 이안 쪽으로 돌아섰다. "이 장치 —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지금 막요. 구조는 전에 본 적 있는 것과 비슷해서."
"네벨?"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론은 그것으로 충분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서가 사이 낮은 발판에 앉았다. 이안과 같은 높이가 되었다. 서두르지 않는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이안은 기다렸다.
"좌표."
단어가 공기 안에 놓였다.
이안의 무언가가 그 소리에 반응했다. 놀란 것이 아니었다. 처음 듣는 단어인데 — 무릎이 그 발음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안은 그 반응이 자신의 얼굴에 드러났는지 알 수 없었다. 아론은 이안을 보고 있었다.
"시스템 바깥의 기준점." 아론은 천천히 말했다. "연결되지 않은 자."
이안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세계의 마나 흐름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성이든, 마법이든, 자연에서 오든 — 흐름은 하나의 망 안에 있어요. 그 망에 속하지 않는 존재는 이론적으로 없어야 합니다. 없어야 하는데." 그가 잠깐 멈췄다. "가끔 나와요. 오래된 기록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무슨 뜻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목소리가 평탄했다. 그 평탄함이 이안 스스로 의식적인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아론은 잠깐 이안을 바라보았다.
"좌표는 위치를 정의합니다. 다른 모든 것의 위치를, 자신이 있음으로써요.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망 안에 있는 것들은 서로 잡아당기거든요 — 자기도 모르게. 당신은 그 잡아당김 밖에 있어요."
이안은 그것을 들었다. 그냥 들었다. 머릿속에서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무서운 속도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엘레나가 건넸던 에테르나의 파편. 제국의 어떤 마력에도 반응하지 않다가, 오직 자신의 1% 실패한 마력에만 빛을 냈던 돌덩이. '그래서 그 파편이 내게만 반응했던 건가. 내가 이 거대한 시스템의 바깥에 서 있는, 유일한 좌표라서.'
아론이 천천히 일어섰다.
"교단 안에서는 위험합니다."
목소리가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 낮아질 필요가 없었다. 이 공간에는 둘뿐이었다.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알아보는 방법이 — 정중한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단 사람들이요?"
"교단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어요. 교단이 당신을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 루미나를 떠나는 게 맞습니다."
아론이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발소리가 조용했다. 계단 앞에서 한 번 멈추더니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에스텔 사제는 선한 사람입니다. 선한 사람 곁에 오래 있다 보면 — 선함이 어디서 오는지 보이기 시작해요. 그것도 일종의 좌표 문제입니다."
발소리가 계단 위로 사라졌다.
이안은 서고에 혼자 남았다.
등잔 불빛 아래서 장치가 여전히 미세하게 울리고 있었다. 이안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좌표'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입 안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발음해 보았다. 좌표. 좌표.
처음 듣는 단어였다.
그런데 — 이상했다. 설명을 들었는데 납득이 아니라 확인이 된 것 같은 느낌. 이안은 자신 안에 고여 있는 것을 느꼈다. 이름 없이 있어온 것. 연결되지 않은 것.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없는 것.
이안은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숙소는 성당에서 오백 보 남짓 거리의 여관이었다. 이안이 들어왔을 때 카이는 창가에 앉아 단검 손잡이를 다듬고 있었고, 에스텔은 창 옆 의자에 있었다.
기도 자세가 아니었다.
손을 무릎에 두고 그냥 앉아 있었다. 창밖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이안은 그것을 잠깐 보았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어디 갔다 왔어?" 카이가 물었다.
"교단 지하 문서고요."
카이의 손이 멈췄다. 에스텔이 고개를 돌렸다.
이안은 의자 하나를 끌어 앉아 둘에게 순서대로 말했다. 마나 흐름을 감지했던 것. 장치의 구조. 그리고 아론.
카이가 먼저 반응했다.
"그 사람이 찾아온 거야, 아니면 우연히 마주친 거야?"
"찾아온 것 같았어요."
"뭐라고 했는데."
이안은 잠깐 멈췄다.
"좌표라고요. 저 같은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고 했습니다. 외부 마나 망에 연결되지 않은 존재. 시스템 바깥의 기준점이라고."
카이는 말이 없었다. 이안이 계속했다.
"오늘 밤 루미나를 떠나는 게 맞다고 했어요. 교단 안에 있으면 위험하다고요."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카이가 단검을 내려놓았다. "떠나야겠네."
에스텔이 창가 쪽에서 이안을 보았다.
"루카스 신부님은요?"
이안은 에스텔을 보았다.
"그분이 선택하실 일이에요."
에스텔은 이안의 대답을 들었다. 더 물을 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 더 묻지 않았다. 에스텔은 창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떠나요?"
카이가 대답했다.
"오늘 밤."
밤은 빨리 왔다.
루미나의 골목은 대낮에도 그림자가 졌다. 밤이 되자 등잔 하나 없는 골목이 있었다. 세 사람은 그쪽으로 움직였다. 짐은 각자 등에. 발소리를 죽이는 것은 카이의 신호 하나로 충분했다.
에스텔이 멈춘 것은 성당 첨탑이 보이는 모퉁이에서였다.
카이와 이안이 먼저 알아채지 못했다. 이안이 두 걸음 앞서 걷다가 에스텔의 발소리가 사라진 것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에스텔은 서 있었다.
첨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밤하늘 위로 돌의 윤곽만 남은 탑끝. 색유리 창문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받아 희미하게 물들어 있었다. 에스텔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지 않았다. 손을 모으지 않았다.
카이가 재촉하지 않았다. 이안도.
에스텔이 얼마나 그것을 바라보았는지 이안은 재지 않았다. 길었다. 충분히 길었다.
그리고 에스텔이 고개를 내렸다.
걷기 시작했다. 첨탑 쪽을 한 번 더 보지 않았다. 기도도 없었다. 작별 인사도 없었다. 그냥 걸었다.
이안은 그것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스텔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안은 아까 지하에서 혼자 곱씹었던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연결되지 않은 자. 망 바깥의 기준점.
에스텔이 지금 걷는 것이 그 단어와 무슨 관계인지 이안은 몰랐다. 그냥 보았다. 그냥 함께 걸었다.
골목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 아니면 셋. 골목 안쪽에서 가까워지는 방향. 카이가 오른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세 사람이 멈췄다.
소리는 계속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