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걸어서 나왔다 (Walked Out)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둘, 아니면 셋. 골목 안쪽에서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이었다.
카이가 오른손을 들었다. 이안도 멈췄다. 에스텔도. 세 사람이 벽 쪽으로 붙었다. 가장 깊은 그림자 안으로. 카이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계속 가까워졌다. 이안은 숨을 낮추고 골목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렸다. 꺾이는 곳이 두 군데였다. 앞이 넓고 뒤가 좁다. 빠져나가는 경로는 왔던 방향이거나 골목 끝 담 너머거나. 카이가 그것을 이미 재고 있다는 것을 이안은 알았다. 따로 계산을 중복할 이유가 없었다.
발소리가 꺾이는 지점 앞에 이르렀다.
멈추지 않았다.
방향이 꺾였다. 왼쪽의 좁은 통로 쪽이었다. 이쪽이 아니었다. 발걸음이 멀어졌다. 낮게 오가는 잡담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가 사라졌다. 경계하는 발걸음이 아니었다 — 늦은 시각에 움직이는 누군가, 그뿐이었다.
이안은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기다렸다. 카이도 기다렸다. 충분한 침묵이 지나고 나서 카이가 손을 내렸다.
이동 신호였다.
세 사람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벽 쪽으로 붙어서, 발소리를 죽이는 방식으로.
이안은 모퉁이를 돌면서 마나를 아주 가볍게 풀었다. 의식적인 것과 습관 사이의 동작이었다 — 공간을 읽는 것. 1퍼센트 안에서, 호흡보다 낮은 강도로.
그리고 느꼈다.
잔향이었다. 마나가 이 모퉁이 근처에 최근까지 있었다는 흔적. 이미 사라졌지만 돌 표면에 옅게 배어 있는 것. 이안은 그 결을 잠깐 더듬었다.
낯선 것이 아니었다.
확신이라고 할 수 없었다 — 너무 희미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느껴본 방식이었다. 이안은 지하 문서고에서 아론과 가까운 거리에 잠깐 서 있었다. 그때 느꼈던 것과 결이 비슷했다.
이안은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카이에게도 에스텔에게도.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 지금 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었다. 모퉁이를 지나는 것. 서문에 닿는 것. 루미나 밖으로 나가는 것.
마나 잔향이 뒤로 지나갔다.
이안은 앞을 보며 걸었다. 마나를 거두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카이가 앞서고, 에스텔이 뒤따르고, 이안이 마지막이었다. 세 사람이 걷는 소리만 있었다.
서문이 보였다.
루미나 서쪽 성문. 카이가 이쪽을 선택한 것은 계산이 있었다 — 서문은 동문보다 경비병의 수가 적었고, 상단 상인들의 심야 통행이 드물지 않아서 이 시각에 나가는 것이 완전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의심받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출구였다.
경비병이 두 명 서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카이가 걸음을 늦추지 않고 문 앞에 이르렀다. 경비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이 시각에 통행이십니까?"
카이가 말하기 전에 이안이 통행증을 꺼냈다. 루미나 시청 창구에서 발급한 것이었다. 교단 접수 창구가 아닌, 일반 여행자 신분으로 받은 것. 경비병이 통행증을 받아 들고 등잔 불빛 아래로 가져갔다.
양피지 위를 훑었다.
그때 경비병의 시선이 에스텔 쪽으로 향했다.
멈췄다.
옷 때문이었다. 에스텔의 복장은 교단 사제의 것이었다 — 흰 겉옷, 어깨의 문양. 짐을 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복장을 가리지는 않았다. 경비병의 눈이 에스텔에서 통행증으로, 다시 에스텔로 돌아갔다.
경비병이 머뭇거렸다.
에스텔이 경비병을 보았다.
속임수가 없는 눈이었다. 피하지 않았고, 위세를 얹지도 않았다. 이 자리를 사제라는 이름으로 누르려는 것이 아니었다. 사제 권위로 이 문을 여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 사람을 마주보는 눈이었다. 이 문을 나가야 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경비병이 다시 통행증을 보았다가 에스텔을 보았다.
이안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경비병이 판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교단 사제가 심야에 짐을 지고 성 밖으로 나가는 것 — 이상한 일이었다. 막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았다. 그런데 에스텔의 눈 앞에서 경비병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보였다. 이안은 그 결정이 에스텔의 권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경비병의 얼굴이 긴장에서 조용해지는 것을.
경비병이 통행증을 이안에게 돌려주었다.
"안전한 여정이 되십시오."
카이가 앞섰다. 이안이 따랐다. 에스텔이 마지막으로 문을 나섰다.
성벽의 돌 아치 아래로 발소리가 울렸다가 — 끊겼다.
바깥이었다.
루미나의 서쪽 외곽 도로. 성벽 너머의 어둠은 달랐다.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이었다. 등잔도 없고 창문도 없었다. 양쪽에 나무가 늘어선 길이 앞으로 곧게 이어졌다. 돌이 깔린 길이었다.
세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일정한 속도로 걸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역효과였다. 카이가 조금 앞서고, 에스텔이 중간이고, 이안이 뒤를 걸었다.
얼마쯤 지나 에스텔이 걸음을 늦췄다.
멈춰 서서 어깨의 짐 끈을 고쳐 맸다. 한쪽으로 쏠린 것이었다. 허리 높이를 조정하고 가슴 끈을 단단히 조였다. 카이와 이안이 두어 걸음 앞서 갔다가 돌아보았다.
에스텔은 뒤를 보지 않았다.
짐 끈을 고쳐 매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루미나 쪽으로는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시선이 내내 길 앞에 있었다. 짐이 자리를 잡으면서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카이가 걸으면서 말했다.
"다음 도시까지 이틀이야."
이안이 대답했다.
"네."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없었다. 길이 이어졌다.
이안은 걸으면서 마음속에서 그 단어를 한 번 불렀다. 소리 없이.
좌표.
어젯밤 지하 문서고에서 처음 들었다. 아론이 말했다. 시스템 바깥의 기준점. 연결되지 않은 자. 마나 망 안에 있는 것들은 서로 잡아당기는데 당신은 그 잡아당김 바깥에 있다고. 이안은 그것을 들으면서 납득이 아니라 확인을 느꼈다. 이미 있어온 것에 이름이 붙는 것처럼.
그 단어가 지금 발바닥으로 내려갔다.
걸음마다. 이안은 그것을 느꼈다. 입 안에서 소리를 만들지 않아도 단어는 거기에 있었다. 길 위에, 발소리 안에, 어둠을 가르는 걸음 속에.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안은 아직 몰랐다. 그것이 앞으로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그러나 단어가 있었다. 자신에게 붙은 이름이 있었다.
확인이었다. 납득이 아니라.
이안은 앞을 보며 걸었다.
돌다리가 나왔다.
작은 개울 위를 가로지르는 낮은 아치였다. 돌을 쌓아 만든 오래된 구조였다. 이끼가 측면에 끼어 있었다. 물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 규칙적이고 작은 소리, 돌 사이를 흐르는 것.
카이가 다리 앞에서 잠깐 멈췄다. 건너편을 살폈다. 그리고 말했다.
"잠깐. 지형 확인하고 올게."
카이가 앞서 나갔다. 다리를 건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이안과 에스텔이 다리 옆에 남았다.
개울 쪽 풀이 무릎 높이였다. 이안은 그것을 보았다. 물이 돌 아래를 흐르는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도시의 소리가 없는 곳이었다. 사람 소리도 없었다. 물소리만 있었다.
에스텔이 짐을 잠깐 내려놓았다. 어깨를 한 번 돌렸다. 그리고 개울을 보았다.
침묵이 잠깐 이어졌다.
에스텔이 먼저 말했다.
"기도가 막혔는데 — 걸을 수 있었어요."
이안이 고개를 돌렸다.
에스텔은 개울 쪽을 보고 있었다. 이안을 향한 자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안에게 하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이안은 해석하지 않았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석하려 하지 않았다. 에스텔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진단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들었다. 물소리가 그 아래를 흘렀다.
에스텔이 이어 말했다.
"믿음이 교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면 — 루카스 신부님 곁에 있지 못했을 거예요."
이안은 잠깐 그 말이 어디에 내려앉는지를 느꼈다.
물음이 아니었다. 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설명도 아니었다. 이미 걸어온 사람이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한 번 돌아보는 것 — 그런 말이었다. 발소리처럼, 자기 발이 있었던 자리를 확인하는 것처럼.
"그렇겠네요."
이안이 말했다.
에스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인지 확인인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더 말하지 않았다.
개울이 흘렀다.
이안은 에스텔 옆에 서 있었다. 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에스텔도 그런 것 같았다. 충분한 것이 말해졌다. 말이 적었지만 — 적어서 충분했다. 에스텔의 것이었다. 이안은 옆에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괜찮았다.
물소리만 이어졌다.
이안은 개울을 보았다. 낮은 수위였다. 돌과 돌 사이를 물이 찾아서 흘렀다. 막힌 곳을 피해서, 비어 있는 길을 따라서. 이안은 그것을 잠깐 보았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에스텔이 짐을 다시 멨다.
카이의 발소리가 다리 쪽에서 돌아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그쪽을 보았다. 카이가 다리를 건너 이쪽으로 왔다.
"이상 없어. 가자."
짧은 말이었다. 에스텔이 먼저 걷기 시작했다. 이안이 따랐다. 돌다리를 건넜다. 발소리가 돌 위에서 울렸다. 물소리가 뒤로 지나갔다.
세 사람이 다시 걸었다.
물소리가 멀어졌다. 풀 냄새가 났다. 하늘 어딘가가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동이 텄다.
처음에는 색이 없었다. 어둠이 두꺼웠다가 얇아지는 것이었다. 무거운 검정이 옅은 잿빛이 되고, 잿빛이 희끗한 회색이 되고, 회색 안에서 길의 윤곽이 돌아왔다. 지평선이 조금씩 물러나면서 하늘이 살아났다.
새 한 마리가 도로 위 나무에서 울었다가 날아갔다.
루미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성벽의 실루엣도 없었다. 첨탑의 윤곽도 없었다. 지평선에 걸친 여명만 남아 있었다. 흰빛이 번졌다. 길이 그 빛 안으로 이어졌다.
카이가 앞장서서 걸었다. 에스텔이 중간이었다. 이안이 뒤였다.
발소리 셋이 고르게 이어졌다. 길이 완만하게 내려갔다. 나무들이 점점 드물어졌다. 풀밭이 넓어졌다. 하늘이 밝아졌다. 동쪽 지평선에서 빛이 번졌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각자 걸었다. 그러나 같은 방향을 걷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안은 걸으면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짧게.
루미나가 있어야 할 방향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여명과 길과 풀뿐이었다. 성벽도, 첨탑도, 불빛도 없었다. 루카스가 받은 소환장이 거기 있었고, 지하 문서고의 마도 장치가 거기 있었고, 에스텔의 기도가 막혔던 자리가 거기 있었다. 그것들이 이제 이안의 등 뒤에 있었다.
이안은 다시 앞을 보았다.
카이가 걸었다. 에스텔이 걸었다. 이안이 걸었다. 발소리 셋이 아침 속으로 이어졌다. 하늘이 조금 더 밝아졌다. 새가 또 한 번 울었다. 길이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다시 평지로 이어졌다. 이안은 그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았다. 다음 도시. 이틀의 걸음. 그다음은 아직 몰랐다.
그래도 괜찮았다. 발소리가 있었다. 셋이었다.
세 사람의 뒷모습이 아침 안으로 멀어졌다.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나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