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23장. 이틀의 첫째 날 (The First of Two Days)

"오늘 중으로 마을 하나 지난다."

카이가 먼저 말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였다. 해가 지평선 위로 겨우 손바닥 하나쯤 올라온 시각이었다. 외곽 도로는 폭이 좁았다. 루미나에서 이어지는 도로치고는 — 아니, 애초에 이쪽 방향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길에 드러나 있었다. 돌이 깔린 구간은 이미 끝났고, 흙길이 시작되었다. 발자국이 적은 편이었다.

이안이 대답했다.

"네."

에스텔은 말하지 않았다. 앞을 보며 걷고 있었다. 짐의 위치가 어제 돌다리 옆에서 고쳐 맨 그대로였다. 어깨가 내려가 있었다. 눈이 길 앞에 있었다.

카이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한 마디를 던지고 다시 걸음에 집중했다. 이안도 따랐다. 세 사람의 발소리가 흙길 위에서 고르게 이어졌다.


한 시간쯤 걸었다.

카이가 짧게 정지 신호를 내고 길가 수풀 옆에서 배낭을 내렸다. 이안도 멈췄다. 카이는 배낭의 수통을 꺼내 흔들어 보았다. 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개를 더 확인했다.

"식수는 오늘 저녁까지 넉넉해. 식량은 이틀 치."

"마을에서 보충할 수 있겠죠?"

에스텔이 물었다.

"마을 규모 봐서. 작은 데면 기대하지 마."

에스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가 수통을 다시 배낭에 넣었다. 동작이 빨랐다. 불필요한 것이 없는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이안은 그것을 보다가 자신의 배낭을 잠깐 점검했다. 수통 하나, 빵 두 개, 양피지 몇 장. 그리고 에테르나의 파편.

파편은 조용했다. 이안은 손가락 끝으로 그 감촉을 확인하고 손을 뗐다.

카이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도로로 돌아섰다.


이안은 걸으면서 생각을 풀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발이 움직이고, 눈이 길을 보고, 나머지 자리에서 조각들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벨.

시계탑. 300년간 가동된 영혼 채굴 장치. 이안은 그 내부 구조를 직접 읽었다. 전송 경로가 하나가 아니었다. 분기점이 여러 곳이었다. 목적지가 황실 하나가 아니었다.

교단 마법사들.

이안이 루미나에서 관찰한 것. 가슴 왼편, 그 위치에서 마나가 올라왔다. 자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흘러드는 구조. 수련 성직자도, 고위 성직자도, 심문관도 전부 같은 구조였다. 이안이 루미나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 이상을 감지했지만, 루미나를 떠날 때까지 확인이 누적되었다. 교단 마법사 전원. 예외 없이.

루미나 지하 문서고의 장치.

이안이 직접 발견한 것. 네벨의 설계 논리와 계열이 같았다. 용도는 달랐을 것이지만 — 외부에서 마나를 끌어오는 방식 자체가 같았다. 루미나도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안은 이 세 조각을 나란히 놓고 그 사이를 보았다.

연결선이 그어졌다. 네벨의 분기 경로는 제국 전역으로 뻗어 있었다. 교단 마법사들은 외부에서 마나를 공급받고 있었다. 루미나에도 연결 장치가 있었다. 그렇다면 — 교단이 루미나에 있는 이유가 단순한 종교 행정이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혹은 교단 전체가 이 시스템 안에 있을 가능성이.

이안의 머릿속에서 다음 선이 이어지려 했다.

그리고 — 끊겼다.

근거가 한 조각 부족했다. 연결 장치가 루미나에 있다는 것과, 교단 마법사들의 마나가 그 장치에서 나온다는 것 사이의 거리. 이안은 그 장치가 무엇을 공급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장치의 구조를 봤을 뿐이었다. 전송 방향을 확인하지 않았다. 흐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논리의 끝이 거기서 열려 있었다.

이안은 무리하게 선을 잇지 않았다. 없는 근거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 결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이름의 착각이었다. 이안은 그 빈자리를 그대로 두었다. 언젠가 채워질 것이었다. 아니면 채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지금은 그 빈자리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충분했다.

발소리가 흙길 위에서 이어졌다.

이안은 그 걸음 안에서 생각을 접었다.

에스텔이 길 오른쪽 풀밭 가장자리를 잠깐 보았다. 이안은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몰랐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들판이 이어지고, 멀리 낮은 구릉이 있었다. 에스텔은 그쪽을 보다가 다시 길을 보았다. 말하지 않았다.

이안도 말하지 않았다.

카이가 앞에서 걸었다. 가끔 짧게 멈추어 주변을 살피고 다시 걸었다. 세 사람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길이 완만하게 오르막이 되었다가 내려갔다. 오르막 정상에서 이안이 잠깐 뒤를 보았다. 루미나의 윤곽은 이미 없었다. 지평선이 납작했다.


정오가 지날 무렵 길이 합류 지점에 닿았다.

남쪽에서 오는 큰 도로와 만나는 지점이었다. 표지석이 있었다. 이안은 그것을 읽었다. 마을 이름, 그리고 거리가 새겨져 있었다. 카이가 표지석을 손끝으로 짚었다.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었다 —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돌의 각도, 표지석이 세워진 위치.

"맞아. 이쪽이야."

카이가 앞장서며 말했다.

합류 지점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 명 되지 않았지만 — 이 구간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짐을 실은 수레 하나. 그것을 끄는 노인 하나.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두 사람이 더.

이안은 합류 지점을 지나면서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느꼈다.

그것은 의도가 아니었다. 눈을 뜨고 있으면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 마나 흐름이 가까이 있으면 이안의 감각이 그냥 그것을 포착했다. 능동적으로 뻗은 것이 없었다. 그냥 스쳤다.

스치는 순간.

수레 근처에 마나가 있었다.

이안은 발걸음을 바꾸지 않았다. 카이의 뒤를 따르는 간격 그대로. 그러나 감각이 멈추지 않았다.

수레를 끄는 노인 쪽이 아니었다. 그 뒤, 수레 짐칸에 걸터앉아 있는 사람. 여행용 외투를 걸치고 낡은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50대 초반, 마른 체형. 지팡이 끝에 흔히 보이는 마도 인각이 새겨져 있었다. 행상이었다. 물건을 팔러 다니는 행상 마법사.

이안은 그 마나 흐름을 짚었다.

가슴 왼편.

외부에서 흘러드는 구조.

이안은 그것을 확인하고 —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교단 마법사들에게서 본 것과 같은 구조였다. 교단과 아무 관련이 없는 행상 마법사에게서. 이안은 합류 지점을 지나치면서 그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안에서 정리했다. 카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에스텔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은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분명했다. 같은 구조였다. 교단 마법사들만이 아니었다. 이 길가의 행상 마법사도. 그렇다면 — 이것은 교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이 제국에서 마나를 다루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교단만 연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 넓었다.

이안은 그 무게를 혼자 걸었다.

아직 말할 때가 아니었다. 조각이 하나 더 쌓인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빈자리가 있었다. 확인이 있고 추론이 있는데, 그 사이의 근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 말하면 — 이안이 말한 것이 아니라 이안의 불완전한 추론이 말하는 것이 되었다.

이안은 카이의 뒤를 따르며 걷는 것으로 돌아갔다.

행상의 수레가 반대편 방향으로 멀어졌다.


마을이 보인 것은 해가 두 손바닥쯤 기울었을 때였다.

작은 곳이었다. 집이 열댓 채. 중심에 우물이 하나 있고, 그 옆에 여관을 겸하는 건물이 있었다. 간판이 낡아 있었다. 도로를 따라 가끔 짐수레가 지나다니는 곳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도 없었다.

카이가 입구에 가까워지면서 속도를 줄였다.

"이상한 것 있으면 신호."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 흐름을 가볍게 열었다. 마을 안에서 오는 것들. 사람 둘셋, 가축. 외부 의존 구조가 있는 흐름은 보이지 않았다. 이안은 그것을 확인하고 마나를 거두었다.

"조용해요."

카이가 그 대답을 듣고 여관 쪽으로 걸어갔다. 카이가 여관 앞에서 잠깐 멈추더니 들어갔다. 이안과 에스텔이 밖에서 기다렸다.

에스텔이 우물 쪽을 보았다. 이안도 보았다. 우물가에 돌 턱이 있었다. 누군가 물통을 두고 간 것인지 빈 나무 통이 한쪽에 놓여 있었다. 물소리는 없었다. 바람이 없어서 고요했다.

카이가 나왔다.

"방 있어. 둘이서 하나, 나 하나."

"가격은요?"

"적당해. 저녁도 된다고 하더라.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돼."

에스텔이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안도 따라 들어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이안은 우물가로 나왔다.

여관 안은 조용했다. 에스텔은 방에 있었다. 카이는 돌아오는 시각 기준점을 말하고 마을 외곽을 한 번 돌겠다고 했다. 이안은 조용한 자리가 필요했다.

우물 턱에 앉아 손바닥을 펼쳤다.

마나 감지 공식이었다. 이안이 직접 손바닥 위에 펼치는 작업이 아니라 — 공식의 구조를 머릿속에서 시각화하는 방식이었다. 이안은 그것을 손바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투영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릴 때부터의 버릇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손 위에 두는 것처럼.

공식의 중심부를 펼쳤다. 마나 흐름의 출처를 구분하는 부분. 자생 마나와 외부 공급 마나의 구조적 차이.

이안은 오늘 합류 지점에서 느꼈던 것을 다시 펼쳐봤다. 행상 마법사. 교단과 무관한 사람. 같은 구조. 그렇다면 이 구조의 원천은 교단이 아니었다. 더 상위에 있는 것이었다. 네벨의 분기 경로가 뻗어 있는 방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공식 위에서 논리가 움직였다.

이안은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멈췄다.

여기서 또 빈자리가 있었다. 분기 경로가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안은 그것을 직접 본 것이 아니었다. 네벨에서 분기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 그 경로가 구체적으로 어디로 연결되는지는. 황실? 아카데미? 아니면 더 다른 곳?

그것을 알아야 전체 구조가 닫혔다.

이안은 손바닥을 접을 준비를 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마구간 쪽 그늘에서였다. 여관에 딸린 작은 마구간이 우물에서 열댓 걸음 거리에 있었다. 그 그늘 안에서 — 사람이 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소년이었다. 열두 살쯤. 여관 심부름을 하는 것 같은 차림이었다. 낡은 상의, 맨발. 이안을 보고 있었다.

이안이 보자 소년이 움직였다.

가까이 오지 않았다. 대신 우물 턱으로 뭔가를 놓고 — 몸을 돌렸다. 발소리가 빨라졌다. 그늘 너머로 사라졌다. 이안이 이름을 부를 사이도 없었다.

이안은 우물 턱을 보았다.

쪽지가 있었다.

접힌 것이었다. 작은 종이. 봉인은 없었다. 이안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펼쳤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서쪽으로 가지 마라. 동쪽.

그것뿐이었다.

이안은 그 열 글자를 두 번 읽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필체가 정갈했다. 서두른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미리 적어둔 것이었다. 이안이 이 우물가에 있을 것을 알고서, 심부름꾼을 시켜 전달한 것이었다.

이안은 소년이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이미 없었다. 마구간 그늘 너머. 어둠이 깊어져 있었다.

누가 보낸 것인지 — 이안은 알 것 같았다. 아론.

루미나 골목 모퉁이에서 이안은 마나 잔향을 느꼈다. 아론의 것과 결이 비슷했던 그 흔적. 그가 세 사람의 탈출을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도왔을 가능성. 그리고 지금, 이 쪽지.

서쪽으로 가지 마라. 동쪽.

카이가 제안한 다음 경로는 서쪽 방향이었다. 이안은 그것을 기억했다. 카이가 루미나를 나오면서 이야기한 것. 서쪽으로 우회해서 아크리움 방향을 잡겠다는 것.

그것이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이안은 쪽지를 접었다. 한 번, 두 번. 손 안에 들어오는 크기로.

왜 서쪽이 위험한지, 아론은 쓰지 않았다. 쓸 자리가 없었던 것인지 — 아니면 쓰지 않은 것인지. 그것이 이안은 지금 알 수 없었다. 소년을 붙잡을 수도 없었다.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이안은 쪽지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내일 아침, 카이에게 말해야 했다. 근거는 이 쪽지뿐이었다. 발신인도 이유도 없는 쪽지. 카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안은 몰랐다. 카이는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근거가 없는 것을 움직임의 기준으로 삼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이안은 우물 턱에서 일어났다. 손바닥에 펼쳐두었던 공식이 접혔다. 오늘의 추론은 거기서 접혀야 했다. 쪽지가 다음 질문을 가져왔다.

마구간 쪽 어둠이 조용했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여관 창문 안에서 등잔 불빛이 흔들렸다.

밤이 내려앉았다.

이안은 쪽지가 든 주머니를 한 번 손끝으로 짚고 — 여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