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4장. 어둠 속의 공범 (Accomplices in the Dark)

오크셔 영주의 저택 지하는 용병 한스의 말대로 냉기보다 더 서늘하고 끈적한 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숲의 몬스터들을 변이시켰던 그 기분 나쁜 파동의 진원지였다.

"과연 이단의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요. 제 십자 대검으로 모두 구원해 드리겠습니다."

이안과 에스텔이 굳게 닫힌 지하 감옥의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려던 찰나, 안쪽에서 둔탁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철창 너머 감옥 안, 한 사내가 영주의 멱살을 틀어쥐고 벽에 밀어붙이고 있었다. 칠흑 같은 안대로 두 눈을 가린 로그, 카이였다. 카이의 단검이 영주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말해라. 너희에게 그림자 주술을 건네주고 간 7국의 개자식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하지만 대답은 영주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영주의 그림자가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수십 개의 촉수로 변해 카이를 덮쳤다. 동시에 지하실 전체에 매복해 있던 보이지 않는 마물, '그림자 기어'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쿠아아앙-!

지하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에스텔이 벽을 통째로 부수며 난입했다. 부서진 돌무더기가 사방으로 튀었고, 에스텔의 십자 대검이 뿜어내는 거대한 성광이 어둠을 찢었다. 그러나 괴물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실 전체에 기분 나쁜 침묵이 짓누르듯 내려앉았다. 그림자 괴물들이 뿜어내는 농밀한 심연의 마력이 공간의 모든 소리와 진동을 늪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카이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시력을 잃고 오직 소리의 반향(Echo)에만 의존하여 싸우던 그에게, 소리가 먹혀버린 진공 상태의 전장은 칠흑 같은 심연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사방에서 그림자 괴물들의 낫 같은 발톱이 카이를 향해 쇄도했다.

"사제님, 전방을 막아주세요! 무식하게 때려 부수지 말고 방어에만 집중하십시오!"

이안의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1%의 마력을 끌어올려 아주 미세하고 예리한 '단일 주파수 공명(Mono-frequency Resonance)'을 만들어냈다. 적들의 마법이 주변의 자연적인 소음을 모두 집어삼키는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이안이 통제하는 인위적이고 뾰족한 주파수 하나만이 고요를 찢고 흘러갔다.

"카이! 왼쪽 3시 방향, 괴물 하나. 위에서 덮치는 놈 둘."

소리 없는 칠흑 속에 갇혀 있던 카이의 귓가에, 이안이 보낸 주파수의 파동이 정확한 점자처럼 찍히며 적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그려냈다. 암흑 속에서 헤매던 암살자에게, 이안이 완벽한 소리의 나침반을 연결해 준 것이다.

그 미세한 주파수를 감지한 카이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완벽한 지도군."

카이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며 촉수를 썰어내고, 보이지 않는 사각을 파고들며 괴물들의 마력핵을 정확히 꿰뚫었다. 이안의 전지적인 시야와 카이의 치명적인 칼날, 그리고 에스텔의 철벽 같은 방어가 기적적인 삼위일체를 이루며 지하의 그림자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