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필연적인 공생 (Inevitable Symbiosis)
전투가 끝난 후, 땀에 젖은 이안이 마력의 실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카이의 귓가에 맴돌던 기분 나쁜 이명도 서서히 잦아들며 청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카이는 피 묻은 단검을 허리춤에 꽂아 넣고, 안대 너머로 이안을 똑바로 응시했다.
"놀랍군. 놈들의 마법이 모든 소리를 늪처럼 집어삼키는 완벽한 침묵 속이었는데도, 적의 마력핵을 완벽하게 읽어냈어. 네가 짚어준 그 예리한 주파수... 그것만 있으면, 놈들이 아무리 강력한 은신 마법으로 떡칠을 하고 숨어도 내게서 도망칠 수 없다."
"저는 힘이 없는 대신, 세상 모든 마법의 구조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안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안경을 고쳐 썼다. 에스텔은 십자 대검에 묻은 그림자 파편들을 털어내며 쓰러진 영주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영주의 품속에서 떨어진 피 묻은 양피지 한 장이 카이의 발끝에 채였다.
카이가 문서를 집어 들었다. 시력이 없는 그였지만, 양피지에 묻은 특유의 잉크 냄새와 점자처럼 긁힌 제국 정보국의 인장을 단번에 알아챘다. "다음 접선지는 서쪽의 안개 도시... 네벨이군."
이안의 눈이 커졌다. "네벨이라고요? 저도 그쪽으로 가야 합니다. 아카데미의 추격을 피해 안전하게 숨어들 수 있는 유일한 곳이거든요."
카이는 문서를 품에 넣고 천천히 이안에게 다가왔다. "나는 네벨로 간다. 나를 배신하고 내 눈을 앗아간 놈들이 거기에 있으니까. 하지만 그놈들의 '마법 병기'는 자연의 소리를 교란해서 내 귀만으로는 쫓기가 힘들어. 너희도 그쪽으로 간다지."
카이가 피 묻은 오른손을 이안에게 내밀었다. "가는 길에 제국의 마법 함정이 널려 있을 텐데, 내 검과 네 눈(마나 탐지)을 교환하자. 너는 내게 놈들의 위치를 '해독'해서 알려주고, 나는 제국의 추격자들로부터 네 목숨을 지킨다. 네벨까지만이다."
갈 곳 없는 수배자 이안에게, 제국 뒷골목의 생태를 가장 잘 아는 전직 수석 암살자 카이는 필수불가결한 보호자였다. 그리고 카이에게 이안은, 자신의 사각지대를 메워줄 유일하고도 완벽한 눈이었다.
이안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 "환영합니다, 카이 님. 이제 여관비 걱정은 덜었군요." 에스텔도 피 묻은 십자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활짝 웃었다. "이단 심문관이 세 명으로 늘었군요! 든든합니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던 자들이 생존을 위해 등을 맞대고, 목적지가 같다는 완벽하고 현실적인 이유로 뭉쳤다. 살벌하지만 완벽한 공생 관계의 파티가 마침내 결성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