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6장. 물리적 구원 (Physical Salvation)

어둠 속에서 솟구쳐 오른 것은 수십 개의 다리가 달린 거대 마물, '그림자 기어(Shadow Crawler)'였다. 지하 심부의 천장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몸통에서 심연의 마력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마물의 외피는 일반적인 칼날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단단한 마력막으로 보호받고 있었고, 그 표면 위를 보랏빛 번개가 간헐적으로 감돌았다.

"카이 님, 뒤로! 저건 단순한 타격으로는 안 됩니다!"

이안의 외침이 떨어지기도 전, 에스텔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전신에서 눈부신 금색 성광이 뿜어져 나오며 근육 하나하나를 강제로 팽창시켰다. 백색 갑옷의 표면에 신성 문자가 떠올랐다가 스러졌다.

"비키세요. 근원을 제거할 시간입니다."

콰아앙-!

에스텔이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금이 간 석판이 발자국 모양으로 움푹 꺼졌다. 그녀가 휘두른 십자 대검 '자비'가 마물의 머리통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신성력을 물리적 충격으로 변환한 일격에 마물의 단단한 외피가 유리창처럼 박살 났다.

"끼에에에엑!"

마물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수십 개의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에스텔은 피하지 않고 왼팔로 그 공격을 받아냈다. 신성 외갑에 닿은 다리들이 오히려 타버리며 튕겨 나갔다. 그녀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십자 대검을 다시 치켜들었다.

"고통받는 자여, 안심하세요. 당신을 이렇게 만든 그 지긋지긋한 사슬을 끊어드릴 테니까요."

하지만 마물의 재생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부서진 외피가 심연의 마력을 흡수하며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에스텔이 부수는 족족 새로운 껍질이 차올랐고, 점차 마물의 다리가 그녀의 발판을 무너뜨리며 구석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안! 뭐라도 좀 해봐! 저놈 핵이 안 깨져!"

카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안이 이를 악물었다. 마물의 재생 구조를 눈으로 쫓았지만 너무 빨랐다. 어디서 마력을 끌어오는지, 어디가 핵인지 —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심연의 마력이 시야를 가렸다.

그는 품 안에서 에테르나의 파편을 꺼냈다. 엘레나의 목소리가 스쳤다. '주변의 마나 흐름을 아주 잠깐 선명하게 보여줘요.'

파편을 손바닥에 올리고, 이안은 자신의 그 보잘것없는 1%의 마력을 쥐어짜 파편으로 흘려보냈다. 제국의 그 어떤 거대한 마력에도 무반응이던 고대의 돌덩이가, 이안의 미약한 마력이 닿자마자 미친 듯이 공명하며 강렬한 푸른 맥동을 토해냈다.

세상이 달라졌다.

단 몇 초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물의 몸 전체가 마력의 설계도처럼 이안의 눈앞에 펼쳐졌다. 끊임없이 재생을 일으키는 마력관의 흐름, 그 모든 흐름이 수렴하는 단 하나의 지점 — 마물의 몸통 중심부, 외피 안쪽으로 세 겹의 구조를 뚫고 들어간 곳에 박혀 있는 심연의 핵.

크기는 주먹만 했다. 위치는 정확했다.

이안은 1%의 마력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냈다. 에스텔이 다시 마물의 외피를 강타하는 순간 — 충격에 외피가 0.5초 벌어지는 그 틈 — 이안은 마력의 실을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9서클 마법, '공간 압착(Spatial Compression)'."

출력 1%. 범위 반경 30cm. 마물의 핵만을 감싸는, 손바닥만 한 공간.

푹-.

소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핵이 내부에서 찌그러지는 순간, 마물 전체에 연결된 마력관이 일제히 끊어졌다. 재생이 멈췄다. 다리들이 힘을 잃고 떨어졌다. 거대한 몸통이 마력 없는 빈 껍데기처럼 쓰러졌다.

에스텔이 십자 대검를 내리며 마물을 내려다봤다.

"...끝난 건가요?"

이안은 손을 내리며 파편을 다시 품에 넣었다. 맥동이 사라지자 세상은 다시 안개처럼 평범해졌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조용히 말했다.

"핵 위치를 알면 1%로도 됩니다."

카이가 쓰러진 마물을 발로 건드리며 물었다.

"방금... 정확히 뭘 한 거야?"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안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