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7장. 사제의 절대 방벽 (The Absolute Shield)

지하 최심부의 폭발음이 잦아들자, 이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단 2%의 출력만으로도 온몸의 마력이 타버릴 듯한 반동이 몰려왔다.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끔찍한 고통에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혈관을 따라 잔류하는 마나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비로소 차가운 지하의 공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이안 님,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에스텔이 무너진 잔해의 먼지를 훌훌 털며 다가왔다. 그녀는 방금 전 거대한 마물과의 육탄전에서 그 결사적인 반격을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백색 갑옷에 작은 흠집 하나 나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녀가 맞고 튕겨 낸 괴물의 다리들이 흉측하게 부러져 나간 흔적만이 주변에 처참하게 흩어져 있었다.

"사제님은... 정말 괴물이시군요."

카이가 혀를 내두르며 단검의 핏자국을 닦아냈다. 웬만한 전사나 로그라면 뼈가 가루가 됐을 공격을 에스텔은 웃으며 버텨낸 것이다. 그녀는 '치유'를 못 하는 대신, 물리적이든 마법적이든 아예 '상처'가 나지 않는 기적 같은 금강불괴의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녀의 신체 구조가 단순한 신성력 강화가 아니라, 피부 조직 자체가 마법적으로 변이된 결과임을 이론적으로 짐작하고 있었으나,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매번 새로운 충격이었다.

일행이 전투의 흔적을 수습하고 저택 위로 올라오자, 오크셔 영주가 사색이 된 채 그들을 맞이했다. 수염이 흐트러져 있었고, 하인에게 기대어 서 있는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택 전체가 방금 전의 끔찍한 진동으로 지진이 난 듯 흔들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그래... 지하의 괴물은 완전히 처치했는가? 소리가 예사롭지 않던데, 내 저택에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네, 영주님. 하지만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마력을 주입해 심어놓은 인공적인 마력 병기였어요. 7서클급 금지 마법의 흔적이 분명했습니다."

이안의 서늘한 설명에 영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순간적인 동요였지만, 카이의 귀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영주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공포가 아닌, 발각에 대한 두려움의 리듬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약속했던 두툼한 금화 주머니를 내밀었으나, 시선은 이안의 품속에 숨겨진 마력핵에 머물러 있었다.

"수고했네. 약속한 보상일세. 하지만... 자네들 같은 이단적인 힘을 가진 자들이 이 평화로운 마을에 오래 머무는 것은 곤란해. 내일 아침이 밝는 대로 당장 떠나주게. 더 이상의 소란은 용납할 수 없으니."

마치 무언가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안은 영주가 단순히 괴물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 뒤에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했다. 오크셔는 평범한 변방 마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날 밤, 마을 여관의 삐걱거리는 침상에 지친 몸을 뉘이던 이안의 귀에 창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망토를 두른 전령의 손에는 제국군 마법사단의 인장이 찍힌 은밀한 서신이 들려 있었다. 전령은 서신을 건네자마자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안은 봉인을 떼고 서신을 펼쳤다. 익숙한 필체가 촛불 아래에서 떨리듯 흔들렸다.

'이안, 아카데미의 그림자가 너를 쫓고 있어. 내가 교수 회의에서 포착한 정보야. 오크셔 영주는 이미 그들과 거래를 시작했어. 지체하지 말고 곧장 서쪽의 안개 도시로 향해. 그곳에 내가 마련해 둔 안전한 연락책이 있어. 제발 무리하지 마. - E'

이안은 서신을 읽고 또 읽었다. 엘레나의 글씨가 후반부로 갈수록 흐트러져 있었다. 급히 쓴 것이다. 그녀가 이 서신을 보내기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했을지, 이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공작가의 영애가 제국 마법사단의 인장을 도용한 것이다.

"카이 님, 들으셨죠?"

"... 영주의 심장 박동이 아까부터 수상했어. 내일 아침을 기다릴 것 없이 지금 당장 움직이는 편이 낫겠군."

이안은 서신에 불꽃을 붙였다. 타오르는 종이 위로 엘레나의 필체가 한 글자씩 사라졌다. 서쪽의 밤하늘 너머, 안개 도시를 향한 도주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