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8장. 지적인 섬멸 (Intellectual Annihilation)

안개 도시로 향하는 좁은 협곡, 제국의 문장이 찍힌 육중한 마도 골렘 세 기가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새벽 안개 사이로 드러난 골렘들의 철갑 표면에는 제국 정보국의 인장이 선명했다. 골렘의 어깨 위에는 제국 정보국 소속의 마법사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협곡의 좁은 통로가 거대한 쇳덩어리들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퇴학생 이안, 그리고 이단 사제. 순순히 포박당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이안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골렘의 마력 회로를 훑었다. 관절부의 마법 합금 결합 구조, 동력원의 마나 순환 경로, 외갑의 마력막 주파수까지. 9서클의 지식으로 본 골렘은 구멍투성이인 고철덩어리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구멍을 뚫을 '화력'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이었다.

"사제님, 정면에서 버텨주세요. 카이 님은 제가 신호를 보내는 곳만 노리십시오."

"알겠다. 소리로 좌표를 찍어주게."

에스텔이 십자 대검을 휘두르며 골렘의 거대한 주먹을 몸으로 받아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지만, 에스텔은 한 보도 물러나지 않았다. 골렘의 철 주먹이 오히려 찌그러져 있었다. 에스텔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자비를 베풀어 드리겠어요. 물리적으로."

"자, 시작합니다." 이안은 양손을 펼쳤다. "9서클 마법, '열역학 반전(Thermal Inversion)' 그리고 '압력 보정(Pressure Tuning)'."

이안이 골렘의 관절 부위에 1% 위력의 마법 두 개를 겹쳐 시전했다. 한쪽에는 아주 미세한 냉기를, 다른 한쪽에는 촛불 정도의 열기를 동시에 주입했다. 1%의 출력이기에 적의 마력 탐지기에는 '자연스러운 기온 변화'로만 인식되었다. 마치 아침 안개가 걷히며 온도가 바뀌는 것처럼.

하지만 그 미세한 온도 차이는 이안의 정교한 계산에 의해 골렘의 마법 합금에 극심한 '열팽창 불균형'을 일으켰다. 금속 분자의 배열이 내부에서부터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금입니다, 카이 님! 왼쪽 무릎 3시 방향, 틱 하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카이는 이안이 만든 미세한 금속의 비명을 놓치지 않았다. 은신 상태에서 쏘아져 나간 카이의 단검이 골렘의 관절 틈새를 정확히 가격했다.

바드득, 콰장창!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거대 골렘의 다리가 허망하게 부서져 내렸다. 평소라면 흠집도 안 났을 타격이었지만, 이안이 미리 '분자 구조를 흔들어놓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 톤짜리 쇳덩어리가 협곡 바닥을 울리며 쓰러졌다.

"이, 이게 무슨...! 고작 저런 미약한 마법에 골렘이?"

당황한 제국 마법사들이 마법을 퍼부으려 했으나, 이안은 이미 다음 조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9서클 '대기 굴절'과 '중력 왜곡'의 1% 조합.

"눈앞이 조금... 어지러울 겁니다."

적들의 주문 조준점이 미세하게 틀어졌다. 그들이 쏜 화염 화살은 빈 암벽에 부딪혀 터졌고, 얼음 창은 엉뚱한 방향으로 꽂혔다. 그 틈을 타 에스텔의 십자 대검가 두 번째 골렘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렸다. 세 번째 골렘은 카이가 이안의 유도에 따라 동력원의 마나 결정을 적출하여 무력화시켰다. 결정이 빠진 골렘은 거대한 빈 갑옷처럼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위력은 하찮았으나, 그 결과는 제국 정예병들의 전멸이었다.

카이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단검을 거두며 말했다.

"자네는 싸우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거군. 전장 자체를 자네 머릿속 도면대로 짜맞추는 거야."

하지만 이안의 안색은 어두웠다. 안경을 벗어 협곡의 먼지를 닦으며, 그는 쓰러진 골렘의 등에 새겨진 제국 인장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적들이 골렘까지 투입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도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단계에 왔음을 뜻했다.

"이안 님, 왜 그런 표정이세요? 우리가 이겼잖아요. 적어도 제 검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으니까요."

에스텔이 골렘의 잔해를 발로 차며 환하게 웃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사제님. 이 소식이 정보국 본부에 닿으면, 다음에 올 것은 골렘이 아니라 사람일 겁니다. 훨씬 더 잔인하고, 훨씬 더 영리한."

협곡 너머로 안개 도시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엘레나가 남긴 안전한 연락책이 그곳에 있다. 하지만 그 안개 속에 또 어떤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