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메가-드라이브의 그림자
1천만 크레딧.
하층 구역의 쥐새끼로 평생을 살아도 만져보지 못할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김과속은 헬멧 바이저에 떠오른 검붉은 글씨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십중팔구 함정이다. 하지만 남은 가능성, 그 압도적인 보상이 핏줄을 타고 번지는 열기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메가-드라이브 코어 칩이라..."
네오-서울을 지배하는 3대 기업 연합 중 하나인 '메가-드라이브'. 도시의 모든 교통망과 하이웨이를 통제하는 거대 권력이자, 합법을 가장한 폭력 집단이었다. 그런 그들의 코어 칩이 하층 구역에 떨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이한 건 원래 돈이 된다.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온 김과속이 체득한 몇 안 되는 진리.
[제한 시간: 14분 30초. 수락 대기 중...]
김과속은 가속 그립을 툭툭 치며 짧게 코웃음을 쳤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수락한다."
음성 인식이 끝나자마자 HUD에 목적지 좌표가 찍혔다. 현재 위치에서 정확히 15km 떨어진 폐기물 처리장 제4구역. 그리고 그 순간, 네오-서울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기업 연합의 감시 위성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위성 궤도가 실시간으로 바뀐다는 건, 이미 누군가가 이 의뢰를 '감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과속은 레드라인의 기어를 1단으로 밀어 넣고 거칠게 클러치를 놓았다. 바퀴가 헛돌며 짐승 같은 포효와 함께 바이크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그의 뒤로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골목 전체에 거대한 탐조등 불빛이 쏟아져 내렸다.
"벌써 눈치챘군. 기업 놈들, 정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니까."
폐기물 처리장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정규 도로를 버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철골 구조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수십 미터 아래 아스팔트로 곤두박질치는 위험한 경로. 하지만 브레이크를 모르는 그에게 직진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멈추면 죽으니까. 이 도시에서 느린 놈은 쥐새끼 취급이고, 쥐새끼는 언젠가 하수구에서 뒈진다. 김과속은 그 꼴을 수없이 봤다. 하층 구역의 좁은 방에서 빚더미에 깔려 숨이 멎은 사람들. 속도만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거기 배달부. 멈춰라."
헬멧 통신망을 강제로 뚫고 들어온 차갑고 기계적인 목소리. 아래쪽 정규 도로에서는 짙은 선팅을 한 검은색 장갑차 세 대가 서치라이트를 쏘아 올리며 무서운 속도로 평행 추격하고 있었고, 김과속과 같은 고도의 철골 위로는 메가-드라이브의 사설 무장 경호대 '블랙-하운드' 소속 호버 바이크 두 대가 섬뜩한 엔진음을 내며 따라붙었다.
"멈추면 내 심장이 멈추는데, 그쪽 같으면 멈추겠어?"
김과속은 바이크를 좌우로 거칠게 흔들며 아래쪽 장갑차가 쏘아 올리는 전자기 펄스(EMP) 그물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물이 스쳐간 자리에서 파란 전기 불꽃이 튀며 철골 표면을 갈아먹었다. 등 뒤의 호버 바이크들은 좁은 철골 위에서도 집요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좋아, 놀아보자고!"
그는 바이크 전면에 장착된 부스터 스위치를 두 번 연속으로 눌렀다. 레드라인의 듀얼 배기구가 붉게 달아오르며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속도계가 350km/h를 돌파했다. 시야가 좁아지고, 세상이 한 줄기 빛으로 압축되는 감각. 아래쪽의 장갑차들은 구조물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고, 철골 위의 호버 바이크들은 그 미친 가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으며 뒤처지기 시작했다.
"미친놈... 저 속도로 폐기물 구역을 통과하겠다고?"
블랙-하운드 대장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통신망 너머로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에 분노보다 경이에 가까운 떨림이 섞여 있었다.
목적지인 제4구역 폐기물 처리장의 거대한 강철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남은 시간은 단 3분. 김과속은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시야에 들어온 무너진 철골 잔해를 도약대로 삼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중력이 사라지는 찰나, 세상이 고요해졌다. 엔진 소리도, 바람도, 심장 소리마저 멈춘 듯한 무중력의 정적.
달빛 한 점 없는 네오-서울의 밤하늘, 붉은 궤적을 그리며 솟아오른 바이크가 거대한 강철 문 너머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