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10장. 정기산무 (正氣散霧)

"이럴 순 없다... 나의 수십 년 공력이 고작 이런 파문 제자 놈에게...!"

가면이 깨진 무영마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가면 아래 드러난 얼굴은 마기에 의해 반쯤 부패한 듯, 검은 혈관이 거미줄처럼 피부 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제단 중앙의 '만마혈지(萬魔血池)'로 몸을 던졌다. 끓어오르는 핏물이 그의 전신을 감쌌고, 지하 동굴 전체가 비명과도 같은 진동으로 요동쳤다.

"모두 물러나시오! 혈지의 마기를 강제로 흡수하고 있소!"

청운의 경고에 남궁휘가 소설의 허리를 잡아 뒤로 물렸다. 혈지에서 솟구쳐 오른 무영마는 이전보다 두 배는 거대해진 검은 그림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수백 년간 이곳에 바쳐진 원혼들의 원한이 그의 형체에 뒤엉켜, 인간이라기보다는 심연에서 올라온 마물(魔物)에 가까웠다. 벽면의 해골들이 일제히 턱을 벌리며 무성(無聲)의 비명을 토해냈다.

"죽어라! 모든 것을 어둠으로 되돌려주마!"

무영마가 내지른 양손에서 수만 개의 검은 실 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와 동굴 벽을 부수며 몰아쳤다. 남궁휘는 창궁무애검법의 방어 초식으로 겨우 버텨내고 있었으나, 마기의 압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창궁검의 검신이 진동하며 비명을 질렀고, 남궁휘의 두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소설은 은침을 날려 마기의 실을 끊으려 했으나, 끊긴 자리에서 즉시 새로운 실이 뻗어 나왔다.

"끝이 없어요! 혈지 자체가 그에게 힘을 공급하고 있어요!"

소설의 외침에 청운은 눈을 감았다. 깨달음을 얻은 그의 단전에서 푸른 빛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는 검을 쥐지 않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 세웠다. 가슴 안의 쇳조각 증표가 심장 박동에 맞추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치 스승이 그의 등을 밀어주는 것처럼.

'산은 움직이지 않으나, 그 정점(頂點)은 하늘을 찌른다.'

청운의 전신이 눈부신 청색 광채로 뒤덮였다. 마기가 그의 피부에 닿기도 전에 하얀 연기가 되어 증발했다. 그의 주위로 세 척(尺) 이내에는 어떤 어둠도 침범하지 못하는 결계와 같은 푸른 빛이 드리워졌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으로 무영마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낙엽검법 신기(新技) - 청산일점(靑山一點)!"

치이이익-!

소리는 크지 않았다. 바늘 하나가 비단을 뚫는 듯한, 미세하지만 또렷한 소리. 그러나 청운의 손끝에서 쏘아져 나간 한 줄기 푸른 빛은 수만 개의 마기 실타래를 단숨에 꿰뚫고, 무영마의 가슴 한복판을 지나 그 뒤에 있는 혈지의 핵(核)에 명중했다. 하나의 점이 만 갈래의 어둠을 관통한 것이다.

콰르르르-!

혈지의 핏물이 일순간 푸른 빛으로 변하더니,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붉은 것이 푸른 것으로 바뀌는 찰나, 동굴 안을 떠돌던 원혼들이 한 줄기 한 줄기 빛이 되어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수백 년간의 원한이 정화되어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마기의 근원이 파괴되자 무영마의 형체는 허공에서 힘없이 바스러져 갔다.

"주군...께서... 너를... 찾아가실... 것이다..."

무영마의 마지막 단말마(斷末魔)와 함께 지하 제단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혈지에서 뿜어져 나오던 독무의 근원이 정화된 기운으로 바뀌어 지상으로 솟구쳐 올랐다. 마치 지하에 갇혀 있던 맑은 샘물이 마침내 분출하듯, 푸른 기운이 수로를 타고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낙양 시내.

붉은 안개에 갇혀 고통받던 백성들과 무인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원하고 맑은 바람을 느꼈다. 붉은 독무는 푸른 기운에 닿자마자 씻은 듯이 사라졌고, 죽어가던 이들의 폐부(肺腑)로 맑은 공기가 스며들었다.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던 노인이 눈을 뜨고, 아이를 안은 채 벽에 기대어 있던 여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안개가... 안개가 걷히고 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낙양 거리에 울려 퍼졌다.

무너지는 지하 수로를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온 청운, 남궁휘, 소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맑아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먼지투성이의 세 사람 위로, 구름 사이로 햇살 한 줄기가 내려앉았다. 남궁휘는 자신의 창궁검을 내려다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정파의 명문가 자제로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경외감이 청운의 등을 향하고 있었다.

"청운, 당신이 낙양을 구했소."

청운은 대답 대신 품 안에서 무영마가 남긴 깨진 가면 조각을 꺼내 들었다. 가면의 반쪽 얼굴이 웃고 있었다. 독무는 사라졌지만, 가면 조각에서는 여전히 서늘한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 무영마가 말한 '주군'이라는 존재. 그림자가 사라져도, 그림자를 드리운 본체는 아직 건재하다는 의미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오. 혈영회의 주군... 그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중원 전체가 이보다 더한 어둠에 잠길 것이오."

청운의 시선은 멀리 북쪽, 구름이 불길하게 소용돌이치는 산맥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품 안에서 스승이 남긴 쇳조각 증표가 아직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열기가 식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었다.

바람과 구름의 기록, 천하풍운록(天下風雲錄)의 진정한 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