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풍운지연 (風雲之宴)
낙양의 거리는 다시금 활기로 넘쳐났다. 독무(毒霧)가 사라진 자리에 맑은 햇살이 내리쬐자, 상인들은 앞다투어 문을 열었고 백성들은 거리로 나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주루마다 낙양을 구한 '청색 도포의 검객'과 '남궁세가의 소가주'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이야기꾼이 지어낸 영웅담이 술자리를 떠돌았고, 그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마다 진실은 점점 과장되어 갔다.
만화루(萬花樓) 삼층, 조용한 방에서 청운은 창밖의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환호와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으나, 그의 눈동자에는 기쁨 대신 깊은 상념이 어리어 있었다. 탁자 위에는 소설이 정성스럽게 우린 용정차(龍井茶)가 놓여 있었으나, 이미 김이 식은 지 오래였다.
"청운 소협, 이제 낙양에서 소협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천기각(天機閣)의 정보에 따르면, 소협을 영입하려는 문파가 여럿이라고 합니다."
소설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청운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녹슨 검을 어루만졌다. 스승의 유품이자 그가 짊어진 무게 그 자체인 이 검은 어떤 찬사보다도 묵직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영웅 대접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오. 혈영회(血影會)의 주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낙양은 그저 시작일 뿐일 테니까."
그때, 방문이 정중하게 열리며 화려한 관복을 입은 무림맹(武林盟)의 전령이 들어섰다. 허리를 깊이 숙인 그의 예법에는 비단 예의뿐 아니라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미묘하게 배어 있었다.
"청운 소협, 그리고 남궁 소협. 무림맹주님을 대신하여 집행장로 현공(玄空) 대사께서 두 분을 천맹전(天盟殿)으로 초청하셨습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한 공로를 치하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자 하십니다."
청운과 남궁휘는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남궁휘는 이미 정파의 예법에 맞춰 의관을 정제한 상태였다. 그가 청운을 향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피할 수 없는 자리요. 맹 내에서도 당신의 무공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자들이 적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두는 편이 좋겠소."
천맹전(天盟殿).
낙양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 거대한 전각은 정파 무림의 심장부와 같았다. 백 개의 계단을 올라 전각에 발을 들이자, 좌우로 늘어선 각 문파의 고수들이 일제히 시선을 던졌다. 존경, 호기심, 그리고 명백한 경계심이 뒤섞인 눈빛들이 삼 장(丈)의 거리를 두고 청운의 전신을 훑었다. 파문 제자라는 낙인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단상(壇上) 위에는 일곱 명의 장로가 앉아 있었다. 그 중심에는 황금색 가사(袈裟)를 걸친 소림사(少林寺)의 고승, 집행장로 현공이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미소 한 자락에는 수십 년 수행이 빚어낸 고요한 깊이가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앉은 중년의 무인, 청성파(靑城派)의 장로 운벽(雲壁)의 눈빛은 불타는 듯한 적의로 가득했다.
"청운! 네놈이 감히 파문당한 주제에 청성파의 무공을 사칭하여 낙양을 소란케 하다니! 게다가 네가 사용한 그 기괴한 푸른 내기(內氣)는 마도(魔道)의 공법이 아니더냐!"
운벽의 호통에 전각 안이 술렁였다. 장로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파문처럼 번져 나갔다. 청운은 걸음을 멈추고 운벽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맑은 강물 같은 담담함만이 흐르고 있었다.
"무공은 도구일 뿐, 그것을 휘두르는 마음이 정(正)인지 사(邪)인지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청성파가 사문(師門)의 비리를 조사하던 제자를 파문했을 때, 이미 정(正)의 길을 잃은 것이 아닙니까?"
"이, 이놈이 끝까지...!"
운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자, 중앙에 앉아있던 현공 대사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 순간, 전각 전체를 짓누르던 살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화경(化境)에 도달한 고승의 압도적인 내력 앞에서 만물이 고요해졌다.
"허허, 운벽 장로. 진정하시게. 청운 소협이 낙양의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네. 소승의 눈에는 저 소협의 기운에서 한 점의 마기(魔氣)도 보이지 않는구려. 오히려... 산처럼 깊고 맑은 정기(正氣)가 느껴지는군."
현공 대사의 한마디에 장로들이 입을 다물었다.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청운을 향해 인자하게 물었다.
"청운 소협, 자네가 만마혈지(萬魔穴地)에서 보았다는 그 '가면의 조각'을 보여줄 수 있겠나?"
청운이 품속에서 무영마(無影魔)의 가면 조각을 꺼내 보이자, 현공 대사의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천 번의 독경으로도 흔들리지 않던 그 눈에 처음으로 깊은 우려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수십 년 전 사라졌던 '천마령(天魔令)'의 문양과 흡사하군. 풍운(風雲)이 다시금 중원을 뒤덮으려 하는구나."
전각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 속에서 청운은 운벽의 눈동자가 찰나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경계심이나 분노가 아닌, 무언가를 숨기려는 자의 초조함이 그 떨림 속에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