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천마의 표식 (天魔之標式)
천맹전의 가장 깊숙한 곳,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실 무진각(無塵閣). 삼중으로 설치된 차음진(遮音陣)이 바깥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이곳에는 현공 대사와 청운, 그리고 남궁휘만이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 놓인 향로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라 세 사람의 얼굴 위로 느릿느릿 흩어졌다.
현공 대사는 청운이 가져온 가면 조각, 즉 천마령(天魔令)의 파편을 조심스럽게 손에 올렸다. 그의 손길이 닿자 파편에서 희미하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서늘한 기운을 퍼뜨렸다. 현공 대사의 눈가에 가느다란 주름이 깊어졌다.
"이 문양... 잊을 수 없는 공포의 상징이지. 수십 년 전, 천마(天魔)라는 괴물이 중원을 피로 물들였을 때, 그가 자신의 수하들에게 내렸던 증표가 바로 이 천마령일세."
현공 대사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평온함 대신 짙은 우려가 배어 있었다. 대사는 파편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과거를 더듬었다.
"그 당시 정파 무림은 수천 명의 희생을 치른 뒤에야 겨우 천마를 봉인할 수 있었지. 소승의 사형제 열두 명 중 여덟이 그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네. 그런데 그 증표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봉인이 풀렸거나... 그의 후계자가 중원 어딘가에서 힘을 기르고 있다는 뜻이네."
현공 대사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청운은 그 떨림 속에서 경련하는 아픈 기억의 무게를 읽었다.
남궁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지만 대사님, 혈영회는 그저 암살 집단이 아닙니까? 그들이 어떻게 그런 전설적인 마두(魔頭)의 유산을 손에 넣었단 말씀입니까?"
"혈영회는 껍데기일 뿐일세. 그 배후에는 만마전(萬魔殿)의 잔당들이 도사리고 있어.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낙양에서 얻은 '만마단(萬魔丹)'의 완성형을 북해(北海)에서 구하려는 것이네."
북해. 그 두 글자가 밀실의 공기를 한층 무겁게 가라앉혔다.
사계절 내내 눈이 내리는 혹한의 땅이자, 중원 무림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신비의 문파 북해빙궁(北海氷宮)의 영역이었다. 중원의 어떤 세가(世家)도 감히 발을 들이지 못하는 그곳은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름이었다.
"북해빙궁의 지하에는 '빙백신주(氷白神珠)'라는 기물이 있네. 그것의 차가운 기운만이 만마단의 폭주하는 화기(火氣)를 억누르고 완벽한 마약(魔藥)을 완성할 수 있게 해주지. 만약 그들이 북해빙궁과 손을 잡거나, 무력으로 그것을 탈취한다면... 중원은 정말로 끝장일세."
현공 대사는 무거운 침묵 끝에 청운과 남궁휘를 번갈아 보았다. 그 시선에는 간곡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에게 밀명을 내리겠네. 무림맹의 이름이 아닌, 각자의 신분으로 북해로 향하게. 혈영회보다 먼저 북해빙궁주를 만나 그들의 침투를 막고, 천마령의 근원을 파헤쳐야 하네. 이 일은 맹 내부에서도 알아서는 안 되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셋만의 비밀이야."
청운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 저도 가겠어요!"
굳게 닫혀 있던 무진각의 문이 열리며 소설이 안으로 들어섰다. 차음진을 뚫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느 틈에 진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낡은 양피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북해는 지독한 미로와 극한의 환경을 자랑합니다. 해동(解凍)의 계절조차 사람을 삼키는 폭설이 몰아치는 곳이에요. 저희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 오는 북해의 상세한 지형도가 있어요. 이것 없이 두 분만 가신다면 설원(雪原)에서 방향을 잃고 얼어 죽기 십상일 겁니다."
소설의 확고한 눈빛과 내민 지도를 본 현공 대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천기각의 정보력과 소설의 지형 지식이 있다면, 험난한 북해 여정의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나지요."
청운이 소설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소설은 환하게 웃었으나, 그 미소 뒤에는 북해로 향하는 각오가 단단히 서려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청운 일행이 천맹전의 긴 회랑을 빠져나갈 무렵이었다. 전각의 어두운 기둥 뒤에서 청성파의 장로 운벽이 그들의 뒷모습을 집요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음험한 미소가 번졌다.
운벽은 품속에서 작은 전서구(傳書鳩)를 꺼내 북쪽 하늘로 날려 보냈다. 새의 발목에 묶인 서찰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낙엽(落葉)이 북쪽으로 향한다. 사냥을 준비하라.'
전서구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 천맹전의 계단을 내려서던 청운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북쪽 하늘을 응시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겨울바람이 아니었다. 수천 리 밖의 설원에서 날아온, 피와 얼음이 뒤섞인 전장의 서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