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북해빙궁의 환대 (北海氷宮之歡待)
설희가 이끄는 정찰대를 따라 설원을 가로지르기를 수 시진(時辰). 차가운 바람은 점점 더 날을 세웠고, 말의 콧김이 하얗게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었다. 소설은 두 손을 소매 깊이 파묻은 채 끊임없이 이를 부딪쳤고, 남궁휘는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더 이상 불평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거대한 만년설(萬年雪)의 장벽 너머로 전설 속의 북해빙궁(北海氷宮)이 그 위용을 드러냈을 때, 혹한에 얼어붙었던 일행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얼음 기둥들이 성벽을 이루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대리석 전각들이 층층이 이어져 있었고, 기둥과 기둥 사이로 보이는 정원에는 얼음으로 조각한 화초와 분수가 서리빛 정적 속에 잠들어 있었다. 중원의 화려한 궁궐과는 격이 다른, 서늘하면서도 고결한 아름다움이었다. 마치 하늘의 선궁(仙宮)이 지상에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소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천기각의 기록에서도 빙궁의 내부를 직접 묘사한 것은 없었기에, 그녀의 눈은 정보 수집의 열기로 빛나고 있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빙궁인가...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군."
남궁휘가 혹한을 잊은 듯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신선이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칼날들이 사는 곳이지."
청운의 냉철한 지적대로, 성벽 곳곳에 배치된 빙궁의 무사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일행을 감시하고 있었다. 설원의 백색 군장(軍裝) 위에 은빛 갑편(甲片)을 두른 그들의 자세는 마치 얼음 조각상처럼 완벽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외부인에 대한 경계와 빙궁에 대한 자부심이 고르게 서려 있었다.
일행은 빙궁의 심처(深處), 만년한청전(萬年寒淸殿)으로 안내되었다. 전각의 입구를 지키는 두 개의 거대한 얼음 사자상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자, 바깥의 칼바람은 잦아들었으나 오히려 공기는 더욱 날카롭게 얼어붙어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가 서리에 긁히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이곳의 추위는 자연이 아닌 내공(內功)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전방의 높은 옥좌(玉座)에는 은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 그의 주위로는 미세한 얼음 결정이 끊임없이 생성되었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하며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북해의 지배자, 빙궁주 설무극(雪無極).
"무림맹의 서신은 잘 받았다. 하지만 중원의 소용돌이를 이 먼 북해까지 끌고 온 것에 대해서는 그리 달갑지 않구나."
설무극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전각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급강하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전신의 혈맥을 죄어 오는 듯한 압박감이 일행을 덮쳤다. 이는 단순한 추위가 아닌, 빙백신공(氷白神功)의 정화(精華)가 실린 무형의 위압이었다. 남궁휘가 무릎을 꿇으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이를 악물었고, 소설은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청운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청산심법(靑山心法)을 운기하여 그 압력을 묵묵히 버텨냈다. 전신에서 푸른 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차가운 공기와 부딪혔다. 두 기운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미세한 수증기가 피어올라 안개를 이루었다.
"무림맹의 특사 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오. 우리는 그저 만마단(萬魔丹)의 그림자가 북해에 닿았음을 알리러 왔을 뿐이오."
청운의 목소리는 얼음판 위를 구르는 옥구슬처럼 맑고 단단했다. 설무극의 눈에 이채(異彩)가 서렸다. 청성파의 파문 제자가 자신의 위압을 이토록 태연하게 받아낼 줄은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설무극은 위압을 거두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만마단이라... 혈영회의 자들이 내게도 제안을 해왔었지. 빙궁의 무사들에게 그 약을 먹이면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이야. 참으로 달콤한 독이었지."
설무극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남궁휘가 급히 물었다.
"그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신 겁니까?"
"빙궁은 북해의 주인이지만,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설무극의 시선이 느릿하게 움직여 청운의 품 안을 향했다. 정확히는 그가 숨겨 둔 북해빙궁의 증표가 있는 곳이었다. 빙궁주의 눈빛이 순간 서릿발처럼 날카로워졌다.
"내 허락 없이 빙궁의 증표를 지닌 자가 중원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불쾌하더군. 그 물건은 어디서 났느냐?"
전각 안의 공기가 다시금 팽팽하게 당겨졌다. 설희 역시 차가운 눈빛으로 청운을 바라보며 검병(劍柄)을 쥐었다. 환대는 끝났다. 이제는 증명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