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19장. 천장의 시선 (天井之視線)

운비의 시신이 차갑게 식어가는 빙혼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마기가 빠져나간 시체는 원래 크기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어, 한때 빙궁의 유망한 대제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비참한 형상이었다. 설희는 한참을 시신 곁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 대신 차가운 결의가 맺혀 있었다.

"머리 위에 계신다."

청운이 운비의 유언을 다시 한 번 입 안에서 굴렸다. 단순한 조롱일까, 아니면 실질적인 경고일까. 죽음을 앞둔 자의 마지막 말에는 진실이 실리는 법이었다. 청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빙혼실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수십 개의 거대한 얼음 기둥과 대리석 들보가 복잡하게 얽혀 짙은 어둠을 형성하고 있었다. 횃불의 빛이 닿지 않는 그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바닥에서는 알 수 없었다.

"소설, 천기각의 기록 중에 빙궁의 설계(設計)나 비밀 통로에 관한 내용이 있느냐?"

청운의 물음에 소설이 품 안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촛불 아래서 양피지에 그려진 도면이 붉은 빛을 받아 떠올랐다.

"빙궁은 수백 년 동안 대(代)를 이어 증축되었어요. 공식적인 통로 외에도 환기(換氣)를 위해 만들어진 기혈(氣穴)들이 천장 곳곳을 관통하고 있죠. 초대 빙궁주가 설계한 원래의 구조에서는 이 기혈들이 단순한 환기 통로였지만, 증축을 거듭하면서 일부는 사람이 기어다닐 만한 크기로 확장되었어요."

소설이 도면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특히 빙혼실과 만년한청전 사이의 기혈은 세 군데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만약 누군가 저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이 통로를 통해 빙궁의 핵심 구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을 거예요."

소설의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청운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사 할 오 푼(四割五分) 남짓한 내력이었으나, 일엽도사에게 전수받은 보법 낙엽수(落葉隨)는 공기의 미세한 흐름을 타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벽면의 얼음 장식을 발판 삼아 세 번 몸을 튕겨 올린 끝에, 청운은 천장의 대들보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곳은 바닥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들보의 폭은 두 뼘 남짓, 사람 하나가 엎드려 숨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청운은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이것은... 만마단의 냄새군."

들보 한구석에 검붉은 가루가 미세하게 뿌려져 있었다. 먼지처럼 보일 수 있었으나, 코를 가까이 대면 만마초 특유의 쓴 약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누군가 이곳에 오랫동안 웅크리고 앉아 아래를 감시했다는 증거였다. 가루의 양으로 미루어 하루이틀이 아닌 수일(數日), 어쩌면 수십 일 동안 이곳을 은신처로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가루 옆에 놓인 작은 물건이었다. 은색(銀色)의 단추 하나. 크기는 손톱만 했으나,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이 촛불 빛에 반짝였다. 청운은 그것을 집어 들고 문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서리 결정(結晶) 위에 칼날 세 개가 교차한 형상이었다.

"청운 오라버니, 찾으셨나요?"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설의 외침에 청운이 다시 바닥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낙엽이 떨어지듯 소리 없는 착지였다. 그는 손바닥 위에 놓인 은제 단추를 설희에게 보여주었다.

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문양은... 빙궁의 호법(護法)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은제 단추예요. 보세요, 서리 결정에 칼날 셋이 교차한 이 표식은 삼대 호법의 관복에만 다는 것이에요. 일반 무사는커녕 장로급도 이것을 지닐 수 없어요. 설마... 아버님의 최측근인 호법 장로들 중에 배신자가 있단 말인가요?"

설희의 음성이 떨렸다. 운비 같은 하위 첩자가 아닌, 빙궁의 최상층부에 뿌리를 내린 배신자라는 뜻이었다.

빙궁의 호법은 단 세 명. 백(白) 호법, 척(脊) 호법, 고(古) 호법. 그들은 빙궁주 설무극의 그림자이자 방패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빙궁의 모든 기밀에 접근할 수 있고, 궁주의 일상까지 파악하는 이들. 만약 그 셋 중 하나가 혈영회의 주군을 섬기고 있다면, 빙궁은 이미 적의 손아귀에 절반쯤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 명 모두를 의심해야 해요. 하지만 함부로 움직이면 진짜 첩자가 꼬리를 감출 거예요. 미끼가 필요해요."

청운은 은제 단추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운비의 말이 이해가 되는군. 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의 머리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소. 문자 그대로."

청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빙궁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한 피의 추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