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21장. 월하의 포획 (月下之捕獲)

북해의 밤은 한낮보다 더욱 시리고 고요했다. 달빛이 얼음 위에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푸른 잔광만이, 빙궁 깊숙한 곳에 위치한 비전 창고 '한빙석실(寒氷石室)' 앞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기둥과 벽을 이루는 만년빙 사이로 차가운 안개가 숨결처럼 피어올랐다.

청운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석실 입구의 거대한 얼음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단전에는 이제 겨우 사할 남짓한 내력만이 흐르고 있었으나, 정신만은 어느 때보다 맑게 깨어 있었다. 설무극의 밀명을 받은 지 이틀. 빙백신주를 미끼로 한 매복 작전의 밤이었다.

"정말... 그분이 오실까요?"

옆에 몸을 숨긴 설희가 전음(傳音)으로 물어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삼대 호법 중 한 명이 배신자라는 의심.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설희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아비처럼 따랐던 이를 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고통이 될 터였다.

"욕망은 추위보다 강한 법이지. 특히 만마단에 중독된 자라면 더더욱."

청운이 낮은 전음으로 답했다. 그의 시선은 석실 통로 끝, 어둠이 가장 짙은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아무도 없던 통로 끝에서 기이한 기운이 일렁였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극강의 경공(輕功). 하얀 도포를 입은 그림자 하나가 유령처럼 바닥 위를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림자가 풍기는 기운에는 빙궁 특유의 냉기가 묻어 있었으나, 그 안에 만마단의 탁한 마기가 실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지지직...

그림자의 손이 한빙석실의 빙인(氷印)에 닿자, 천 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얼음 봉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빙궁의 고위 무사만이 알 수 있는 해법이었다. 문이 열리고, 석실 안쪽에서 푸르게 빛나는 빙백신주(氷白神珠)를 향해 그림자의 손이 뻗는 순간이었다.

챙!

청운의 검이 어둠을 갈랐다. 냉광을 실은 일격이 그림자의 손목을 정확히 겨냥했다. 그림자는 놀라운 반응 속도로 신형을 뒤로 날리며 소매 안에서 붉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비수에 묻은 독이 달빛 아래 사악하게 번들거렸다.

"역시... 척(赤) 장로님, 당신이었군요."

설희가 비통한 목소리로 외치며 빛 속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얼굴은 바로 적호법 척혈(赤血)이었다. 평소의 냉철한 모습은 간데없고, 그의 눈에는 검붉은 핏발이 서 있었으며 입가에는 기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소궁주... 그리고 청성파의 쥐새끼까지. 늙은 설무극이 파놓은 함정치고는 꽤나 정교하군."

척혈의 전신에서 만마단의 마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주변의 얼음벽 표면에 균열을 냈다. 그 열기는 살을 에이는 추위와 정반대로, 진득하고 사악했다.

"하지만 사할의 내력도 남지 않은 놈이 나를 막을 수 있겠느냐!"

척혈이 붉은 강기를 뿜으며 청운을 향해 쇄도했다. 청운은 검을 비스듬히 세우며 사력을 다해 내력을 끌어올렸다. 비록 몸은 무거웠으나, 검 끝에 실린 의지만은 북해의 만년설보다 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