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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반격의 서막 (反擊之序幕)

북해의 매서운 눈보라 속, 세 개의 그림자가 백색의 설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선두에 선 청운의 발걸음은 눈 위에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 빙백신주의 영기가 심어놓은 새로운 경맥이 전신에 고르게 내기를 순환시키고 있었고, 발바닥에서 미세하게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눈과 발 사이에 얇은 빙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척혈이 머물던 거처에서 발견된 지도를 해독한 결과, 이 너머의 '흑빙곡(黑氷谷)'이 놈들의 북해 거점인 것 같소."

남궁휘가 품에서 낡은 양피지를 꺼내며 말했다. 눈보라에 젖은 그의 눈썹 위로 성에가 맺혀 있었으나, 칼날 같은 눈빛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빙궁주 설무극의 명을 받은 설희 역시 검자루를 굳게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해의 영토에 감히 마수(魔手)를 뻗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습니다."

흑빙곡은 이름 그대로 햇빛조차 닿지 않는 음습한 협곡이었다. 검은 얼음이 양쪽 절벽을 뒤덮고 있었고, 계곡 아래에서는 정체 모를 안개가 무릎 높이까지 차올라 있었다. 계곡 입구에 다다르자, 음산한 살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

청운이 손을 들어 일행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의 귀가 포착한 것은 바람 소리에 묻힌 미세한 호흡음이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에 달하는 숨소리가 눈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스스슥...

눈 속에 매복해 있던 혈영회의 살수 수십 명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눈동자는 만마단의 영향으로 핏빛으로 충혈되어 있었고, 전신에서 내뿜는 기운은 기괴할 정도로 탁하고 무거웠다. 흑빙곡의 입구가 순식간에 포위되었다.

"빙궁의 쥐새끼들이 제 발로 무덤을 찾아왔구나!"

살수의 우두머리가 이빨을 드러내며 조소했다. 그의 양손에는 쌍고(雙鈷)가 들려 있었고, 칼날 위로 불안정한 마기가 이글거렸다.

그러나 청운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천천히 검을 뽑는 그의 동작은 마치 나뭇잎이 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고요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기운은 예전의 푸른빛이 아니었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백색의 한기가 검날을 감싸며 주변 수분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검에서 떨어진 서리 조각이 공중에서 눈꽃처럼 흩어졌다.

"내력이 겨우 이할 남짓이지만... 너희 같은 찌꺼기들을 상대하기엔 차고 넘친다."

살수들이 일제히 쇄도했다. 앞줄의 여섯 명이 삼각 진형으로 돌진하며 마기를 응축한 무기를 휘둘렀다.

청운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아니, 그것은 '가볍게'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마치 가을 산에서 바람이 한 번 불어 낙엽을 쓸어내듯, 검이 허공에 하나의 궤적을 남겼다.

낙엽검법(落葉劍法) ― 빙화낙엽(氷花落葉).

청산심법의 유려한 곡선에 빙백신주의 절대 한기가 실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초식이었다. 검기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궤적을 따라 수백 개의 날카로운 서리꽃이 피어올랐다. 하나하나가 손톱만 한 빙편(氷片)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것은 만물의 탁기를 정화하는 청산의 도(道)와 일체의 움직임을 동결시키는 북해의 극한이었다.

서리꽃이 폭풍처럼 살수들을 덮쳤다.

"크아아악!"

살수들이 뿜어내던 흑적색의 마기는 서리꽃에 닿는 순간 쩍쩍 갈라지며 얼어붙었다. 마치 끓는 물에 얼음을 던진 것이 아니라, 얼음이 끓는 물을 억눌러 버린 것 같은 광경이었다. 마기를 잃은 살수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청운의 검은 그들의 육신을 베는 대신 단전에 깃든 마기 그 자체를 동결시키고 정화해 버렸다.

압도적이었다.

남궁휘는 검을 뽑으려다 멈추었다. 경이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한편, 무인으로서의 본능이 소름을 돋게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사내가, 전혀 다른 경지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빙궁의 한기와 청산의 정기가 한 몸에... 말로만 듣던 음양합일의 경지인가."

설희 역시 전율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서리꽃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아직 버티고 있는 잔당들을 향해 쇄도했다.

반격의 봉화가 마침내 북해의 하늘 위로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