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꺾인 검의 노래 (折劍之歌)
빙궁의 의무실에는 죽음보다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남궁휘는 침상 위에 앉아 자신의 오른쪽 소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텅 빈 소매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그곳에 팔이 있었던 시절의 감각이 유령처럼 되살아났다. 검자루의 감촉, 검을 휘두를 때 어깨에서 손끝으로 흐르던 내기의 결, 제왕검형 삼십육초를 완성할 때 느꼈던 희열. 이 모든 것이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억이 되었다.
명문 남궁세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창궁검객(蒼穹劍客)'. 두 손으로 검을 쥐어야만 완성되는 남궁세가의 검법을 이제 더 이상 펼칠 수 없다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삶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남궁 형..."
문가에 서 있던 청운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의 왼손은 검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연수결의 부작용으로 괴사가 시작된 왼손에서는 이미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물리적 고통보다, 벗의 팔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심장을 더 날카롭게 찔렀다.
"미안해하지 마시오, 청운 소협."
남궁휘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는 청운을 올려다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내가 선택한 일이오. 당신의 앞을 막은 것은 내 두 다리가 멋대로 움직인 결과이니, 당신이 짊어질 짐이 아니란 말이오."
그 말이 진심임을 청운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심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남궁휘가 왼손으로 찻잔을 들어 올리려 했다. 익숙하지 않은 손은 균형을 잡지 못했고, 찻잔은 침상 옆으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사기 파편이 방 안에 흩어졌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작은 소리가, 무인의 자존심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를 대신했다.
남궁휘의 시선이 바닥의 파편 위에 머물렀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그는 끝내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절제된 침묵이 방 안의 모든 이를 더욱 숨 막히게 했다.
곁에서 간호하던 소설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턱 끝에 맺혔다 떨어졌다. 설희 역시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말을 건넬 수도, 침묵할 수도 없는 자리였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왔다. 빙궁주 설무극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부러진 찻잔 파편을 내려다본 뒤, 남궁휘의 텅 빈 소매를 잠시 응시했다.
"네 이름이 남궁휘(南宮輝)라 했느냐."
"그러하오."
"빛날 휘(輝) 자로구나. 밝게 빛나라는 뜻이거늘, 지금 네 눈에는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구나."
남궁휘의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설무극은 그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팔이 잘렸다고 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북해의 전설 중에는 한 팔로 천하를 제패한 '외팔이 검신(獨臂劍神)'의 기록이 전해 내려온다. 그자의 이름은 잊혀졌으나, 그가 남긴 검보(劍譜)는 아직 빙궁의 서고에 봉인되어 있지."
남궁휘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아직은. 다만, 완전히 꺼져가던 잿더미 속에서 마지막 불씨 하나가 바람을 맞은 것과 같은, 그런 떨림이었다.
설무극의 시선이 이번에는 청운의 검게 변한 왼손 위에 멈추었다.
"청운, 너의 왼손 역시 마기에 먹혔으나...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빙백의 정기와 네 체내의 청산 도기가 그 독기와 싸우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으니. 그 고통을 견뎌낸다면, 네 검은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다."
청운은 붕대 아래에서 느껴지는 불타는 듯한 통증을 이 악물고 견디며 검자루를 오른손으로 고쳐 쥐었다. 오른손 하나만으로, 혹은 감각 없는 왼손을 채찍처럼 활용해서라도 싸워야 했다. 적마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적마... 그놈의 목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쓰러지지 않겠소."
남궁휘가 고개를 들었다. 텅 빈 오른쪽 소매 대신,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아직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서툰 주먹이었다. 하지만 쥐었다.
꺾인 검들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피와 분노로 얼룩진 거친 절규였다.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자의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