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보이지 않는 거미줄 (不可視之蛛網)
천기각의 낙양 안가는 낡은 서책방 지하에 있었다. 먼지 쌓인 서가 뒤편, 좁은 계단을 내려가자 수십 마리의 전서구와 수백 개의 죽간이 빼곡한 방이 나타났다. 벽면을 가득 채운 지도 위에 붉은 표식들이 점처럼 박혀 있었다.
"정보 조사는 제가 맡겠습니다. 두 분은 몸부터 추스르세요."
소설이 안가의 정보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돌아온 지 반나절. 남궁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왼손으로 검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오른팔의 환상통이 어깨를 찌를 때마다 이마에 힘줄이 섰다. 맞은편에서 청운은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고요해 보였으나 그의 호흡은 고르지 않았다.
"큭...!"
청운의 입술 사이로 푸른 성에가 서린 피가 흘렀다. 빙각의 저주가 왼손에 머무르지 않고 단전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내공을 운용하려 할 때마다 한기가 역류하여 심맥을 압박했다.
"무리하지 마시오!" 남궁휘가 다급히 다가가 청운의 혈도를 짚었다. 왼손 하나로 혈도를 찾아 짚는 손놀림이 이미 제법 능숙했다. 기운이 간신히 안정되었다.
그때, 소설이 죽간을 들고 돌아왔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상황이 심각해요."
말을 이었다.
"현공 대사님이 가택 연금 상태입니다. 마교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찰단 조사를 받고 계세요."
"감찰단을 움직이는 자는?" 남궁휘가 물었다.
"팽가의 가주, 팽호열. 그 뒤를 밀어주는 건 무림맹주 본인이고요."
청운이 눈을 떴다.
"맹주가 직접? 혈영회의 손이 꼭대기까지 닿았다는 소리군."
"네. 그뿐이 아니에요." 소설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가 적마를 처단한 일이 맹 내부에서 '청운 일행이 북해빙궁을 습격해 난동을 부렸다'는 소문으로 바뀌어 퍼지고 있어요. 모습을 드러내면 즉결 처형될 명분이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안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영웅이 하루아침에 공적(公敵)이 되어 있었다.
"숨어서 죽을 날을 기다릴 순 없지." 남궁휘가 애검을 집어 들었다. "현공 대사님을 구출하고, 팽가의 목을 쳐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그 전에."
소설이 남궁휘의 앞을 막았다.
"청운 소협의 몸부터 고쳐야 해요. 이대로면 싸우기도 전에 심장이 얼어붙습니다."
낡은 지도 한 장을 탁자 위에 펼쳤다.
죽간 더미를 한참 뒤진 소설이 낡은 죽간 하나를 꺼내 들었다. 봉인이 뜯겨 있었다. 이미 누군가 읽었던 것이었다.
"천기각 기밀문서에서 찾은 거예요. 낙양 외곽, 숭산 깊은 곳에 은거 중인 기인이 있습니다. 화룡진인(火龍眞人). 극양(極陽)의 기운을 다루는 자라면 빙각수의 한기를 몰아내거나 억누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소설이 지도 위의 한 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무림맹의 감시를 피해 내일 밤, 숭산으로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