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장. 화수목의 행방 (花樹木의 行方)
청운이 눈을 떴다. 동굴 천장의 붉은 광석이 시야에 번져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것이 석양인 줄 알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자신이 누워 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해도 온몸의 경맥이 저릿하게 저항했다. 단전 아래 깊은 곳에서 한기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금침이 억눌러 놓은 것이리라. 그러나 그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마치 얼음 아래 갇힌 물고기가 수면을 향해 부딪치는 것처럼, 차갑고 묵직한 기운이 경맥의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것이 이미 내 안에서 오고 있는 것인가.'
청운은 눈을 감았다.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이 한기가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솟아나는 것임을 비로소 알았을 때, 기묘한 고요가 찾아왔다. 적이 밖에 있는 것과 안에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싸움이었다.
"깨었느냐."
화룡진인이 석상 앞에 앉아 약초를 갈고 있었다. 시선을 주지 않았으나 목소리에 가벼운 안도가 실려 있었다.
"예." 청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며칠을 버텼는지 알 수 없었다.
"사흘이다. 사흘을 잤어." 진인이 약초 가루를 그릇에 담으며 말했다. "금침이 한기를 누르고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네 몸이 스스로 한기를 끌어당기고 있으니."
남궁휘가 동굴 입구에서 들어왔다. 이마의 상처에 약초가 덧대어져 있었고, 왼손은 여전히 핏기가 돌지 않았다. 그러나 걸음은 단단했다. 청운이 의식을 되찾았음을 확인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소설은 동굴 한편에 죽간과 지도를 펼쳐 놓고 있었다. 청운이 깨어난 것을 보자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이내 표정을 다잡았다.
"진인 어른." 소설이 입을 열었다. "천년화수목의 소재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화룡진인이 약절구를 내려놓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노인의 눈이 먼 곳을 응시하듯 가늘어졌다.
"사십여 년 전 일이다." 진인이 느릿하게 말을 꺼냈다. "늙은이가 아직 산야를 떠돌 때였지. 종남산(終南山)에서 운유(雲遊)하다가 인적이 끊긴 태백봉(太白峰) 절벽 아래, 깊은 심곡(深谷)에서 천년 묵은 화수목 한 그루를 보았다."
"그 나무가 아직 살아 있을까요?" 소설이 물었다.
"나무는 살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나무를 지키는 놈이지." 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천 년의 극양과 극음을 머금은 기연 곁에는 늘 주인이 있는 법. 그 둥지를 틀고 있는 천년백사(千年白蛇)의 비늘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내뿜는 독기는 십 리 밖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볼 영물(靈物)이 아니야."
남궁휘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나직이 물었다.
"숭산에서 종남산까지 며칠이면 닿겠소?"
소설이 지도 위에 손가락을 짚었다. 숭산에서 서쪽으로, 낙양을 우회하여 동관(潼關)을 지나 장안(長安) 근방까지. 그리고 남쪽으로 종남산.
"빠른 걸음으로 닷새. 왕복 열흘이면 시한과 맞닿아요." 소설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가라앉았다. "돌아올 때 단 하루라도 지체하면 끝입니다."
남궁휘가 벽에서 등을 떼고 일어섰다. 검을 짚고 선 모습이 흔들림 없었다. 왼손의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고, 내력은 아직 반도 차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망설임이라는 것이 없었다.
"가겠소."
소설이 짧게 고개를 숙였다. "천기각의 연락망을 통해 종남산 인근의 지형과 그 영물에 대한 기록을 수소문할게요."
청운이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 한번 일으키지 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기에 잠식당한 육신은 누워서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남궁휘와 소설이 동굴을 나서려는 순간, 청운이 겨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떨리는 주먹이 가슴 앞까지 올라왔다. 포권(抱拳)의 예. 목소리 대신 그 떨리는 주먹 하나가 모든 말을 대신했다.
남궁휘가 돌아보았다. 한 박자 뒤, 검을 쥔 손을 풀어 같은 예로 답했다. 소설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인 뒤, 등을 돌렸다.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동굴 밖으로 멀어졌다. 화룡진인이 새로운 금침을 꺼내 들었다. 청운은 천장의 붉은 빛을 바라보며 체내 깊숙이 꿈틀대는 한기를 느꼈다.
열흘. 그것이 그에게 남은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