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43장. 타락한 만천화우 (墮落之滿天花雨)

동관(潼關)의 뒷골목은 피비린내로 진동했다.

남궁휘(南宮煇)의 거친 숨소리가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텅 빈 단전(丹田)은 진작에 한계를 고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이미 일곱 구의 혈영회(血影會) 살수들이 목이 꺾인 채 쓰러져 있었으나,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살기(殺氣)는 오히려 배로 늘어나 있었다.

소설(小雪)이 남궁휘와 등을 맞대고 섰다. 천기각(天機閣)의 후계자인 그녀의 손에는 비수(匕首)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검객이 아니라 정보원이었다. 허나 타고난 기감(氣感)과 발소리를 죽이는 무영보(無影步)만은 녹슬지 않았다.

"좌측 지붕 위로 셋, 정면의 무너진 담장 뒤로 다섯. 그리고……." 소설이 입술을 깨물며 낮게 속삭였다. "퇴로 쪽으로도 기척이 끊이지 않아요. 완전히 포위당했습니다."

남궁휘는 대답 대신 이빨로 가죽끈의 끝을 물어당겼다. 잃어버린 왼팔. 그리고 남은 오른손마저 힘이 풀려 검을 놓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검 자루와 자신의 오른 손목을 질긴 짐승의 가죽으로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스스로 퇴로를 끊고 오직 살상만을 위해 깎아낸 배수진.

"내 뒤에 바짝 붙으시오."

남궁휘의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다. 살수들이 일제히 도를 치켜들고 사방에서 짐승처럼 쇄도해 들어왔다. 죽음이 턱밑까지 다가온 찰나였다.

콰아아앙-!

고막을 찢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남궁휘의 정면으로 쇄도하던 살수 다섯 명의 육신이 말 그대로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크아아악!" "내, 내 눈! 쿨럭!"

파편에 찢긴 살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굉음이 휩쓸고 간 자리에 짙은 보랏빛 독안개가 폭발하듯 팽창했다. 독 연기를 한 모금이라도 들이마신 살수들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경련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정파의 상식을 박살 내는, 무자비한 살육이었다.

남궁휘가 황급히 소설을 감싸 안으며 독안개의 범위 밖으로 물러섰다. 매캐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섞인 연기 속에서, 굽 높은 신발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어머, 무림맹 수배지에 오른 남궁(南宮)의 개새끼가 맹(盟)의 사냥개들한테 물어뜯기고 있네? 한데 저 개들 꼬리에서 풍기는 건 딱 혈영회(血影會) 쥐새끼 냄새고. 이거 참 구경만 해도 밥맛이 도는걸."

연기를 가르고 나타난 것은 짙은 자줏빛 치파오를 입은 젊은 여인이었다.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 그리고 맹독이 스며들어 새까맣게 물든 열 손가락의 손톱. 그녀의 양손에는 금방 터진 것과 똑같은, 검은 무쇠로 뭉쳐진 구형(球形)의 암기 두 개가 들려 있었다.

"그 독…… 사천당가(四川唐家)인가?"

남궁휘가 경계하며 묻자, 여인의 붉은 입술이 비틀리듯 올라갔다.

"당가라. 그 잘난 정파 나리들이 우리 가문을 오대세가(五大世家)에서 파문하고 사파(邪派) 쓰레기로 낙인찍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런 고상한 이름을 불러주시나."

여인, 당귀비(唐素月)이 비릿하게 웃었다. 무림맹의 정치질과 토사구팽에 희생되어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후, 살아남은 당가의 가주 딸은 음지로 숨어들어 잔혹한 사파의 살수(血蛛)로 진화해 있었다.

그녀가 양손의 쇠구슬을 가볍게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 과거 당가의 만천화우(滿天花雨)가 하늘을 뒤덮는 낭만적인 암기 술법이었다면, 타락한 당가의 후예가 만들어낸 이것은 오직 학살만을 위한 '혈폭우(血爆雨)'였다.

"죽여라! 계집부터 죽여!"

당황한 수배조의 우두머리 하나가 소리치며 당귀비의 등 뒤로 암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귀비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허리춤의 붉은 채찍(赤蛇鞭)을 등 뒤로 쏘아냈을 뿐이다.

퍼억!

독사처럼 휜 채찍 끝의 갈고리가 조장의 안면에 박히더니, 맹독이 순식간에 뇌수를 녹여버렸다. 비명조차 없는 즉사였다. 맹렬한 공세와 맹독 앞에 혈영회 살수들의 기세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나는 너희 같은 위선적인 정파 놈들을 극혐해." 당귀비이 나른한 눈으로 남궁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 혈영회 벌레 새끼들은 더 혐오스럽거든. 게다가 네놈들, 태백심곡(太白深谷)의 천년백사(千年白蛇)를 노리고 간다며? 그놈의 비늘을 뚫으려면 내 독과 폭약이 꽤 필요할 텐데. 뱀의 내단(內丹)은 내가 챙기고, 영약은 네놈들이 가져가는 걸로 합의하지."

당귀비가 다시 한번 양손의 쇠구슬을 살수들의 진형 한가운데로 집어 던졌다.

콰앙-!

동관의 낡은 뒷골목이 다시금 보랏빛 지옥으로 변했다. 숨통을 죄어 오던 포위망이, 타락한 사천당가의 미친 화력 앞에 단숨에 찢겨 나가고 있었다.

포위망이 무너지자 세 사람은 뒷골목을 빠져나와 버려진 폐가의 그늘에 몸을 숨겼다. 독안개가 가라앉은 뒤에도 당귀비의 연죽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연기만이 좁은 마당을 맴돌았다.

남궁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려 나간 오른팔 끝에 묶인 검을 거두지 않은 채였다.

"우리 목적을 어디서 들었소."

"사천당가가 멸문한 지 이십 년이 지났어도 연락선 몇 가닥은 아직 살아 있거든. 동관 일대에서 천기각의 전서(傳書)가 움직이면 내 귀에 들어와." 당귀비가 연죽을 털며 소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 계집애가 어제 객관에서 남긴 연락 문양, 태백봉 심곡 쪽 지형을 묻는 거였잖아. 그 방향으로 가는 외팔이가 남궁세가의 차남이라면 — 목적지는 천년화수목 하나뿐이지."

소설의 입가가 굳었다. 천기각의 암호를 해독한 외부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협이었다.

"그쪽을 믿을 근거가 없소." 남궁휘가 짧게 잘랐다.

"믿으라고 한 적 없는데." 당귀비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거래하자는 거지. 뱀의 독주머니(毒囊)와 독니, 비늘은 내가 가져간다. 내 암기의 밑감이 될 테니까. 나무 수액과 내단은 너희 것이야 — 독술을 모르는 너희가 내단을 노린들 어디 쓰나. 전리품이 나뉘는 거래는 배신할 명분이 없어. 목적이 다르니까."

남궁휘와 소설이 서로를 보았다. 짧은 눈짓이었다. 남궁휘는 한 팔과 절반도 채 차지 않은 내력으로, 소설은 단검 한 자루로 천년백사를 상대할 방도가 없다는 것을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청운의 시한은 여드레. 고를 여유가 없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남궁휘가 말했다. "심곡을 벗어날 때까지, 당신의 암기는 우리 등 뒤를 겨누지 않소."

"해볼게." 당귀비는 그 말을 지키겠다고도 안 지키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연죽을 입에서 떼며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대신 너희도 뱀의 가죽과 이빨엔 손대지 마. 그건 내 몫이니까."

그것으로 협정은 끝이었다. 말로 맺어진 동맹이 아니라, 각자의 계산이 맞물린 임시 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