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창궁과 낙엽 (蒼穹與落葉)
지하비실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남궁휘(南宮輝)의 손이 허리춤의 명검, 창궁검(蒼穹劍)의 자루를 쥐는 순간이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푸른 기운이 날카로운 검풍(劍風)으로 변해 청운을 향해 몰아쳤다. 남궁세가의 자랑,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의 기수식(起手式)이었다. 하늘을 가르는 듯 곧고 빠른 검로(劍路)가 야명주의 빛을 가르며 은빛 선을 그었다.
"시건방진 파문 제자 놈, 정파의 규율을 가르쳐주마!"
창!
은빛 섬광이 허공을 가르며 청운의 목을 노렸다. 일류를 넘어 절정에 다가선 남궁휘의 검기는 빠르고도 묵직했다. 정파 오대세가(五大世家)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당당하고 정대(正大)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청운은 자리에 앉은 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빈 술잔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팅-!
술잔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남궁휘의 검면(劍面)을 정확히 때렸다. 찰나의 순간, 청운의 녹슨 검이 칼집에서 반 자쯤 빠져나와 묵직한 검기를 뿜어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거목을 베어내는 듯한 날카로움. 낙엽검법(落葉劍法)이었다. 앉은 자세에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절정 고수의 공격을 흘려낸 것이니, 경지의 차이가 이 한 수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두 줄기의 강기가 충돌하며 지하비실이 요동쳤다. 석벽에 금이 가고, 야명주 하나가 떨어져 산산이 깨졌다. 남궁휘는 검을 거두며 세 걸음 뒤로 물러났고, 청운이 앉아 있던 탁자는 소리 없이 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그만들 하시게!"
방 한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천기노인이 지팡이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두꺼운 석판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묵직한 울림이 퍼졌고, 그 진동에 두 사람의 기세가 씻은 듯이 흩어졌다. 노인의 무위(武位)가 얼마나 높은지를 암시하는 일격이었다.
"남궁 소협, 무림맹의 체면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네. 저 약병을 보시게."
천기노인이 적영의 피에서 추출한 '만마단'의 찌꺼기를 가리켰다. 남궁휘의 시선이 약병에 머물렀다. 유리병 안에서 검은 액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는 광경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천기노인은 약병을 가리키는 내내 약병 자체를 보지 않았다. 천기노인의 설명을 듣는 동안, 오만하던 남궁휘의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셨다.
"만마단이라니... 맹의 정보망에는 그런 보고가 전혀 없었소! 혈영회가 그저 변방의 도적 떼가 아니란 말이오?"
"그렇네. 그들은 과거 만마전(萬魔殿)의 유산을 손에 넣었어. 청운 소협은 목숨을 걸고 이 정보를 얻어왔네. 자네가 지금 검을 겨눠야 할 상대는 청운 소협이 아니라, 저 어둠 속에 숨은 마도(魔道)의 무리라네."
남궁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파의 명문가 출신으로서의 자존심과, 무림의 위기를 직시해야 하는 조사관으로서의 책임감이 충돌하고 있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거칠게 창궁검을 칼집에 밀어 넣었다. 칼집의 금구(金具)가 철커덕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좋소. 이번 일은 무림맹에 즉각 보고하겠소. 하지만 청운, 당신이 정파의 허락 없이 함부로 칼을 휘두르는 것은 여전히 용납할 수 없소. 내 감시하에 움직이시오."
청운은 먼지가 묻은 도포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누가 누구를 감시한다는 건지 모르겠군. 마음대로 하시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그때, 비실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기각의 정보원 중 하나였다. 허겁지겁 달려온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분타주님! 큰일 났습니다! 낙양 외곽의 소문파, 철검문(鐵劍門)이... 간밤에 멸문당했습니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고, 문파 전체가 붉은 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비실 안의 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었다. 청운과 남궁휘의 눈빛이 동시에 날카로워졌다. 혈영회의 본격적인 움직임, 아니 만마전 부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서로를 향했던 칼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철검문이라..." 청운이 검을 고쳐 매며 중얼거렸다. "안내하시오. 내가 직접 가보겠소."
남궁휘 역시 말없이 청운의 뒤를 따랐다. 뜻하지 않은, 가장 불안정한 동맹이 결성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