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NOVEL

제8장. 만마의 태동 (萬魔之胎動)

어둠.

차갑고 끈적한 어둠이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어둠이 피부 위를 기어 다니는 듯한 역겨운 감촉이었다. 청운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천장에 매달린 수천 개의 해골과 그 사이로 흐르는 기괴한 핏빛 기운이었다. 해골들의 텅 빈 눈구멍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는데, 마치 아직도 영혼이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사지가 쇠사슬에 묶인 채 거대한 석조 제단 위에 누워 있었다. 쇠사슬은 만년한철(萬年寒鐵)로 만들어진 듯 차가움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단전(丹田)은 마기에 오염되어 내공을 운용하려 할 때마다 칼로 에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청산심법의 푸른 기운이 마기에 밀려 구석으로 쫓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이 드는가, 청성파의 파문 제자여."

어둠 속에서 무영마(無影魔)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발소리도, 옷깃이 스치는 소리도 없이 어느새 제단 옆에 서 있었다. 그의 가면 뒤로 비치는 눈동자는 기이한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이곳은 낙양의 가장 깊은 어둠, '만마혈지(萬魔血池)'라네. 수백 년 전 만마전이 중원의 무인들을 산 제물로 바쳐 만든 금단(禁壇)이지. 자네의 그 맑은 청산심법의 내공은 우리 주군께서 완성하실 '진(眞) 만마단'의 훌륭한 촉매제가 될 것이야."

무영마가 손짓하자, 제단 주위의 핏물이 미세하게 출렁이며 붉은 안개를 뿜어냈다. 그 안개가 청운의 피부에 닿자 경맥을 따라 뜨거운 고통이 번져갔다. 청운은 마른 입술을 깨물며 그를 노려보았다.

"낙양의 무림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무림맹? 하하하! 그 오만한 자들은 지금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쁘지. 지금쯤 낙양의 거리에는 우리 혈영회가 뿌린 '천독무(天毒霧)'가 깔리기 시작했을 테니까."

무영마의 음험한 웃음소리가 동굴 안에서 메아리쳤다. 해골들 사이로 흐르는 핏빛 기운이 그 웃음에 호응하듯 한층 더 강렬해졌다.

같은 시각, 낙양의 천기각 분타인 만화루. 소설은 초조하게 방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청운이 숲으로 사라진 뒤 소식이 끊긴 지 벌써 한나절이 지났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낙양의 하늘이 묘하게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한 것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할아버지, 청운 소협의 기운이 낙양 북쪽에서 완전히 사라졌어요. 이것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소설의 목소리에 불안이 짙게 배어 있었다. 천기각의 후계자답게 기(氣)의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녀였기에, 청운의 기운이 돌연 끊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방 문이 거칠게 열리며 남궁휘가 들어섰다. 그의 백색 장포는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얼굴에는 수척함이 가득했다. 검집에 묻은 핏자국이 마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는 길에도 적과 마주한 모양이었다.

"천기각주! 낙양 북쪽 숲에서 청운의 부러진 검집을 발견했소. 그리고... 그곳에 남은 마기는 평범한 혈영회의 것이 아니었소. 만마전의 잔당, 무영마의 기운이었소!"

남궁휘의 말에 천기노인의 안색에 짧은 그림자가 스쳤다. 무영마는 수십 년 전 정파 고수들을 상대로 기괴한 진법(陣法)과 독(毒)을 사용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전설적인 마두(魔頭)였다. 죽은 줄 알았던 자가 살아 있다는 것도, 그가 낙양의 지하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는 것도, 마땅히 경악해야 할 일이었다.

"남궁 소협, 지금 낙양 시내에 기이한 안개가 깔리고 있소. 사람들이 하나둘씩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네. 혈영회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 게야!"

소설이 결연한 표정으로 벽에 걸린 암기(暗器) 주머니를 챙겼다. 은침(銀針)과 독비(毒匕)가 달그락거리며 맞부딪혔다.

"청운 소협은 분명 낙양 지하의 수로 어딘가에 갇혀 있을 거예요. 혈영회의 비밀 거점은 지하에 있다는 정보를 예전에 본 적이 있어요. 남궁 소협, 저와 함께 가시겠어요? 아니면 무림맹의 허가라도 기다리실 건가요?"

소설의 도발적인 물음에 남궁휘가 창궁검을 고쳐 잡았다. 잠시 망설임이 있었으나, 그의 눈빛은 이미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무림맹의 명예보다 동료의 목숨이 먼저다. 가자, 소설 낭자. 낙양을 지옥으로 만들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두 사람은 만화루의 비밀 통로를 통해 낙양의 어두운 지하 수로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수로의 입구에서, 소설이 뒤를 돌아보았다. 지상에는 붉은 안개가 서서히 도시를 잠식하고 있었고, 천하를 뒤흔들 거대한 풍운이 낙양의 심장부에서 태동하고 있었다.